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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봄에 채취한 자작나무 껍질로 추위 이기는 친환경 감성 공예 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나무 공예에는 여러 색을 입힌 대나무 껍질을 엮어 만드는 우리나라의 ‘채상(彩箱) 공예’, 야자과의 덩굴성 식물인 라탄의 껍질을 제거하고 가공한 환심을 엮는 동남아의 ‘라탄 공예’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북유럽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나무 공예가 있는데요. 바로 자작나무 껍질 공예인 ‘네베르스로이드’입니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에서 시작한 네베르스로이드(Näverslöjd)는 스웨덴어로, 자작나무 껍질을 뜻하는 ‘Näver’와 공예 ‘Slöjd’의 합성어예요.

공방 카나비요르크에 전시된 네베르스로이드 생활용품. 바구니·가방·갑 티슈·액체용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공방 카나비요르크에 전시된 네베르스로이드 생활용품. 바구니·가방·갑 티슈·액체용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북유럽에서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한대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겨 가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왔어요. 스웨덴은 짚신 같은 신발이나 바구니, 어린이 배낭을 만드는 데 자작나무 껍질을 사용했죠. 핀란드에서는 부활절 전통 요리인 ‘맴미(Mämmi)’를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냄비에 조리해 먹고,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자작나무 껍질로 보존 용기를 제작했어요.

박민아·박서현 학생기자가 2017년 국내 최초로 오픈한 네베르스로이드 공방인 카나비요르크(서울 종로구)를 방문했어요. 이곳을 운영하는 오나영 대표는 국내 유일의 네베르스로이드 서적 『네베르스로이드』를 펴냈고, 공방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자작나무 껍질 공예를 전파하고 있죠.

휘어지지 않게 일자로 묶어 보관한 자작나무 껍질 테이프(위 사진)와 나무주걱·가위·나무집게·커터칼 등이 준비물이다.

휘어지지 않게 일자로 묶어 보관한 자작나무 껍질 테이프(위 사진)와 나무주걱·가위·나무집게·커터칼 등이 준비물이다.

공방에 전시된 네베르스로이드 작품들을 둘러보던 민아 학생기자가 “북유럽에서는 왜 자작나무 껍질로 공예를 했나요?”라고 물었어요. “추운 북유럽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눈이 쌓인 자작나무 숲을 본 적 있나요. 스웨덴뿐만 아니라 핀란드·러시아 등 북유럽 사람들은 주변에서 가장 흔한 자작나무를 이용해 오래전부터 생활용품을 만들었어요. 대나무가 유명한 전남 담양에서 다양한 대나무 제품이 나오는 것과 같죠. 자작나무는 나무 자체가 단단해서 몸통은 가구를 만드는 데 쓰고요. 껍질(수피)은 바구니·수납용품·플랜터(화초를 예쁘게 심기 위한 화분이나 용기) 등 작은 생활용품을 만들 때 씁니다.”

오 대표는 네베르스로이드를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공예”라고 했는데요. 자작나무 전체를 벌목하지 않고 껍질만 채취하기 때문이죠. 시간이 지나면 채취한 나무에서 새 껍질이 자란답니다. “나무 껍질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유지하는 유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늦봄부터 초여름, 약 한 달 동안 네베르스로이드용 껍질 채취가 가능해요. 껍질을 채취할 때 자작나무 표면에 세로로 칼집을 내서 껍질을 벗기는데요. 벗긴 껍질은 결이 가로 방향으로 나 있어요. 결대로 다시 한 번 잘라서 원하는 두께의 테이프(껍질 띠)를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네베르스로이드를 하죠.”

네베르스로이드용 자작나무 껍질을 채취할 때 나무 전체를 자르지 않고 껍질만 얻어 친환경적이다.

네베르스로이드용 자작나무 껍질을 채취할 때 나무 전체를 자르지 않고 껍질만 얻어 친환경적이다.

“자작나무 껍질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요?” 서현 학생기자가 궁금해했어요. “껍질 자체에 유분이 많아서 테이프 그대로 공예를 해도 손에 무리가 가지 않지만, 테이프의 부드러움을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작업 하루 전에 기름을 발라줘요. 목공용 오일은 물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식용유·올리브유·포도씨유 등)을 면포에 적셔 테이프 표면에 도포해 하루 저녁 놔두면 껍질이 기름을 먹어 다음날 만들기 딱 좋은 상태가 되죠. 자작나무 껍질은 오래 가만히 두면 휘어지는 성질이 있는데요. 그래서 여러 테이프를 일자로 묶어서 모양을 유지한 다음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해요.”

테이프를 사용해 가로세로 6줄 바닥짜기를 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수직·수평을 잘 맞춰 격자로 엮어준다.

테이프를 사용해 가로세로 6줄 바닥짜기를 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수직·수평을 잘 맞춰 격자로 엮어준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가로세로 3칸, 높이 2칸짜리 라운드(원형) 바구니를 만들기로 했어요. 이를 위해 테이프 20줄, 가위, 커터칼, 나무주걱, 나무집게, 연필이 준비됐죠. 만들기 전에 오 대표가 너비 2cm·길이 40~50cm 테이프들을 보여줬습니다. “수많은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껍질들이 한데 섞여 있어서 두께와 색깔의 톤이 조금씩 달라요. 만들 때는 톤 차이 때문에 위화감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완성된 바구니를 보면 한 가지 톤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예쁘게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바구니 만들기는 바닥부터 시작합니다. “가로세로 3칸으로 바닥을 짜려면 테이프는 가로세로 6줄을 사용해요. 가운데부터 시작해 사방으로 넓혀가며 한 줄씩 수직·수평을 잘 맞춰 격자로 엮죠. 테이프와 테이프 사이에 아주 작은 정사각형 틈새가 생기는 건 괜찮지만, 직사각형이나 직각이 되지 않는 틈새가 생기면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으니 테이프를 밀어서 교정해줘야 해요.” 민아 학생기자가 “테이프를 미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가요”라고 했어요. “나무주걱을 격자 사이에 집어넣어 밀어주면 힘이 덜 들어요. 바닥을 다 짜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모서리 네 군데를 나무집게로 고정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바구니 모서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오나영(맨 왼쪽) 대표. 줄을 교차할 때마다 나무집게로 고정하고, 테이프가 느슨해진 곳은 잡아당겨 격자가 직각이 되게 한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바구니 모서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오나영(맨 왼쪽) 대표. 줄을 교차할 때마다 나무집게로 고정하고, 테이프가 느슨해진 곳은 잡아당겨 격자가 직각이 되게 한다.

그다음, 뒤집어서 사방의 왼쪽부터 3·4번째 줄 사이를 꼭짓점으로 하는 정사각형을 연필로 그려요. 이 꼭짓점이 모서리가 될 부분이죠. 다시 뒤집어서, 그려둔 정사각형 선에 맞춰 3·4번째 줄을 머리 땋듯이 손으로 잡고 위로 당기며 직각으로 교차시킵니다. 이어서 4번째 줄을 순서대로 2·1번째 줄, 3번째 줄을 5·6번째 줄과 교차시켜요. 2번째와 5번째 줄을 교차시키는 것까지 하면 한 모서리가 완성되죠. 줄을 교차할 때마다 나무집게로 고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모서리를 만들어줘요. 테이프가 느슨해진 곳이 있으면 잡아당겨서 격자가 직각이 되도록 해줍니다.

“모서리로부터 위로 2번째와 3번째 칸이 교차하는 꼭짓점을 기준으로 삼아 1번째 줄을 45도 아래로 접어 격자짜임과 마주 보도록 결을 맞춰요. 1번째 줄이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첫 번째 격자 공간을 찾아 넣는데,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테이프 끝 너비를 줄이기 위해 가위로 조금 자르거나, 나무주걱을 사용해 테이프를 밀어 넣어줘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줄도 하나씩 끼워주면 테두리가 완성됩니다.”

네베르스로이드 라운드 바구니 만들기

네베르스로이드 라운드 바구니 만들기

테이프 길이가 모자라면 새 테이프를 덧대어줍니다. 처음엔 격자를 만드는 것도, 나무주걱을 사용하는 것도 서툴렀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손놀림이 금세 빨라졌어요. 쓰고 남은 테이프는 가위로 잘라줍니다. 남은 테이프가 칸에서 살짝 빠져나와 가위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는 커터칼을 써요. 칼로 그냥 자르면 다른 테이프에 흠집이 날 수 있으니 두꺼운 종이나 자투리 테이프를 대고 자르면 좋아요. 더 덧대고 자를 곳이 없으면 바구니가 완성됩니다.

“라탄의 경우 습기에 약한데, 자작나무 껍질은 습기에 강하고 항균성도 뛰어나요. 그래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생활용품은 음식 저장에 용이하고,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아요. 여러분이 만든 바구니에 오염물질이 묻는다면 물로 세척해도 괜찮아요. 심지어 주방세제를 사용해 씻고 건조해도 되죠. 자주 씻으면 유분이 빠지는데, 그런 경우 식물성 오일을 전체적으로 도포해 스며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세요. 그리고 테이프가 끊어지고 파손되어도, 그 부분을 다른 테이프로 메울 수 있어 수선이 쉽습니다.” 바구니 색깔을 짙게 하고 싶으면, 바구니 전체에 식물성 오일을 바르고 그늘진 곳에 말린 뒤 햇볕을 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진한 갈색으로 변해요. 다만 2~3년 넘게 창가에 두면 햇볕에 의해 탈색되니 오랫동안 직사광선을 받지 않게 해야 하죠.

네베르스로이드 생활용품은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습기에 강하다. 그래서 건조만 잘해주면 물에 씻어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네베르스로이드 생활용품은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습기에 강하다. 그래서 건조만 잘해주면 물에 씻어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서현 학생기자가 네베르스로이드를 집에서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자작나무 테이프를 구하는 거예요. 네베르스로이드 오프라인 공방에서 구매 가능하고, 일부 공방에서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기도 하죠. 테이프만 있으면 다른 재료는 구하기 쉬워서 집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바구니에 뭘 담을지 고민하면서 유분이 들어있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바구니의 표면을 한참 동안 매만졌습니다. 추위를 이겨낸 자작나무 껍질을 가지고 소중 친구들도 겨울과 어울리는 네베르스로이드 생활용품을 만들다 보면 연말을 뜻깊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박서현(왼쪽)·박민아 학생기자가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한 북유럽 전통 공예 ‘네베르스로이드’에 대해 알아보고, 작은 라운드 바구니를 만들었다.

박서현(왼쪽)·박민아 학생기자가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한 북유럽 전통 공예 ‘네베르스로이드’에 대해 알아보고, 작은 라운드 바구니를 만들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손재주가 없어서 네베르스로이드 취재가 좀 걱정됐어요. 하지만 카나비요르크에서 오나영 대표님이 네베르스로이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촉감 좋은 자작나무 껍질을 만지며 바구니를 만들다 보니, 재미있다는 걸 느꼈어요. 바구니를 만들면서 바쁜 일상 속에 힐링을 얻은 기분이었죠. 이번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고 자란 자작나무 껍질로 여러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네베르스로이드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소중 독자들에게 네베르스로이드를 추천합니다.

박민아(서울 버들초 6) 학생기자

처음에 오나영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카나비요르크를 방문해 네베르스로이드 바구니를 봤을 때 단순히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정성은 비주얼보다 더욱 아름다웠어요. 자작나무 껍질로 공예품을 만들면서 자작나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제 손으로 자작나무 껍질을 엮어 바구니가 탄생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네베르스로이드는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하지만, 관심을 갖다 보면 우리 생활과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이번 취재를 계기로 네베르스로이드가 많은 사람에게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서현(서울 일원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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