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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자폭 드론' vs 미제 '하이마스'…우크라전 뜻밖의 전개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이란제 자폭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공습을 재개해 헤르손·미콜라이우·오데사 등 남부 도시를 타깃으로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S·하이마스)을 앞세워 러시아 점령지인 멜리토폴을 공격했다. 러시아는 드론으로, 우크라이나는 다연장로켓으로 일진일퇴의 무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란에서 군사 훈련 중 드론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에서 군사 훈련 중 드론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전역에 수백 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특히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는 전날 밤부터 에너지 기반시설과 민간 거주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지역 내의 거의 모든 구역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세르히 브라추크 오데사 지방군 사령부 대변인은 “오데사의 전력망이 완전히 복구되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을 가동해 드론을 격추했지만 일부 드론이 방공망을 피해 목표물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헤르손 지역에서 드론 4대, 미콜라이우에서 4대, 오데사에서 2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이날 격추된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136’이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이란에서 샤헤드와 모하저 등 자폭 드론 수백 대를 구매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공격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용이 뜸해지면서 드론 도입분을 전량 소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WSJ는 이란제 드론이 다시 전장에 등장한 것은 러시아가 이란과 국방 협력 강화를 통해 재고를 보충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장악 중인 자포리자주(州)의 멜리토폴을 하이마스 로켓으로 공격했다. 러시아 측 인사인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주 임시 주지사는 “방공 시스템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쏜) 미사일 중 2개는 요격했지만 4개가 목포물에 명중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자포리자주 행정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레크레이션 센터가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멜리토폴이 함락되면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로 직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헤르손 동부의 러시아군과 마리우폴 인근 러시아 국경까지 연결되는 모든 물류가 멜리토폴을 통해 이뤄진다”며 “멜리토폴을 수복하면 헤르손까지 이어지는 러시아의 전체 방어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ㆍ하이마스)의 사격 장면. 미 육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ㆍ하이마스)의 사격 장면. 미 육군

드론과 하이마스의 대결은 압도적 전력의 러시아가 손쉽게 승리하리라던 당초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반격전과 이에 맞선 러시아의 대민 소모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전쟁에 동원한 건 러시아 자체 미사일의 재고 부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드론으로 민간인 주거지와 전력망 시설을 정조준해 민간과 군을 가리지 않고 있다. 병력 대 병력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하지 못하자 민간 시설을 타격해 피해를 주려는 전략이다. 이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이미 민간 부문에서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전력망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하이마스 로켓을 통해 전과를 올리며 전선을 동쪽과 남쪽으로 밀어냈다. 하이마스 로켓의 발사 장면은 방어에 급급하던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전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단 현재는 드론과 하이마스가 맞붙는 가운데 전선은 지난달처럼 우크라이나군의 전격적인 진격은 등장하고 있지 않은 교착 상태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2억7500만 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승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책은 곧 구체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드론 위협에 대응할 새로운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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