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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달라진 중국의 한반도 3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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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저럴 돈으로 쌀이나 사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121만톤. 이를 쌀과 옥수수로 나눠 사는 데 약 5500억원이 든다. 북한이 올해 쏴댄 각종 미사일은 63발. 그 비용이 무려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는 셈이다. 이어지는 생각은 누가 뒷배를 봐주기라도 하나인데 틀리지 않았다. 중국은 2020년 80만톤 등 매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북한의 유난히 잦은 미사일 도발 배후에도 중국의 달라진 한반도 정책이 있다.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한 이래 한반도 3원칙을 고수해 왔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 해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한반도 3원칙에 변화가 생긴 게 최근 알려졌다. 얼마 전 한국유라시아학회가 주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국가, 지역, 국제질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가 그 내용의 일부를 밝혔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스 교수는 중국 국무원 참사로 외교부에 자문하는 등 중국 외교 정책에 밝다. 그런 스 교수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해 3월 미 앵커리지에 열린 중·미 고위급 회담 이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크게 변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이 얼굴을 붉히며 싸웠다.

스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팀을 만들고 있으니 중국도 이에 대항할 팀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후 중국 고위층의 의제에서 비핵화 부분이 사라졌다. 중국으로선 비핵화보다 북한과의 우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이 아직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놀랍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 발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관련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 게 중국 발표문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점이 떠오른다. 당시 시 주석은 오히려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며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중 갈등 속 진영 구축에 나선 중국이 북한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비핵화 관련 무슨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건 쇠귀에 경 읽기다. 중국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달라졌다면 우리의 대중 정책도 변해야 한다.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에서 중국 입장에 대한 고려는 달라진 중국 정책만큼이나 조정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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