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혈색소·알부민 '헷갈리는 용어'...건강검진표, 이렇게 보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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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 이해하기 

매년 이맘때면 건강검진을 챙겨 받기 위한 행렬이 길어진다. 그런데 건강검진은 정기적으로 받는 것만큼 결과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과지를 바탕으로 향후 더 신경 써서 예방할 항목, 추가로 받아야 할 검사 등을 설계해야 해서다. 하지만 어려운 용어가 많은 데다 해당 수치가 뜻하는 바를 몰라 결과지를 덮어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지부터는 차근차근 확인하며 ‘건강한 몸 설계도’를 그리면 어떨까. 주요 검사 항목별 결과값의 의미를 짚어본다.

일반 혈액검사

일반 혈액검사는 혈액 속 세 가지 혈구 세포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양을 확인하는 검사로, 골수 기능 이상과 빈혈, 백혈병, 기타 혈액 질환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 그중 전체 혈구의 45%를 차지하는 적혈구는 몸속 모든 세포로 산소를 실어 나른다. 적혈구 검사는 적혈구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양으로 측정한다. 정상보다 적으면 빈혈을, 많으면 적혈구 증가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적혈구 증가증이 의심되면 골수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정확히 감별해야 한다. 백혈구는 외부 세균·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방어 세포이며, 혈소판은 지혈과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인자다. 백혈구·혈소판의 비정상적인 증가·감소는 감염, 염증성 질환, 골수 질환을 암시한다. 편도선염, 감기, 몸살, 염증성 질환 등이 있을 때 백혈구 수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질환이 있을 땐 몸이 회복하는 1~2주 후 다시 검사해 백혈구 수를 비교하는 게 좋다.

혈당 검사

혈당을 측정하는 두 항목인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여부와 위험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로, 공복혈당은 8시간 이상 금식한 후 측정한다. 건강한 사람은 공복혈당이 100㎎/dL 미만, 식후 2시간 혈당이 140㎎/dL 미만으로 조절된다.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을 낮추고, 혈당이 내려가면 인슐린 분비가 억제돼 저혈당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떨어져 공복혈당이 100~125㎎/dL면 당뇨병 전(前) 단계인 공복혈당 장애이며, 126㎎/dL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을 반영한 지표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고, 5.7~6.4%는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

간 기능 검사

간은 장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800~900g) 만큼 많은 기능을 발휘한다. 간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 항목에는 AST, ALT, γ-GTP, ALP, 총 빌리루빈, 총 단백질, 알부민 등이 있다. 그중 AST와 ALT는 간세포 안에 있는 효소이며, γ-GTP와 ALP는 간·담관의 상피세포에서 유래하는 효소다. 이들의 혈중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으면 ‘간세포가 손상’됐거나 ‘담즙 배설 장애가 있다’는 신호다. 빌리루빈은 간에서 만드는 담즙의 구성 성분이다. 총 빌리루빈의 혈중 수치가 높다면 간·담도의 문제로 빌리루빈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거나, 간에서 담즙을 내보내는 길이 막혀 빌리루빈의 배설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빌리루빈 농도가 증가하면 황달이 생길 수 있다. 빌리루빈 수치 증가는 간·담도의 폐쇄, 간의 외상, 간 경변뿐 아니라 오랜 공복, 약물 반응, 알코올 남용, 용혈 빈혈(적혈구가 빠르게 파괴돼 생기는 빈혈) 등도 원인일 수 있어 금식 후 초음파·CT 검사를 추가로 받거나 다른 검사 결과와 종합해 감별해야 한다.

총 단백질과 알부민 수치의 변화는 간·콩팥 질환을 암시할 수 있다. 총 단백질은 혈청 내 존재하는 단백질의 총합으로, 이중 약 60%가 알부민이다. 알부민은 세포의 기본 물질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간에서만 만들어진다. 알부민 수치가 낮으면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간경화증, 골수 이상, 콩팥질환, 영양실조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지질 검사

지질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모두 포함한 말로, 지질 검사에선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총콜레스테롤 등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한다. 콜레스테롤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에 너무 많아질 때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 뇌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에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청소해 동맥경화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준다. HDL 콜레스테롤의 정상 범위는 남성 40㎎/dL 이상, 여성 50㎎/dL 이상이며, LDL 콜레스테롤은 130㎎/dL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중성지방은 혈액 속에 존재하는 지방으로, 주로 식사 후 필요하지 않은 에너지가 지방으로 전환될 때 증가한다. 중성지방의 정상 범위는 150㎎/dL 미만으로, 1000㎎/dL 이상이면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콩팥 기능 검사

콩팥(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의 장기다. 콩팥 기능 검사는 콩팥의 여과 기능을 확인해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우선 혈액검사를 통해 얻는 ‘크레아티닌(Cr)’과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배출되는 노폐물로, 대부분 콩팥에서 걸러진다. 따라서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기준 이상으로 많다면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신호다. 추정 사구체 여과율은 나이·성별·크레아티닌을 이용해 계산한 콩팥 기능 평가 지표로, 결과값이 감소할수록 콩팥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 소변 검사에서도 콩팥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단백뇨’는 소변에 단백질이 과도하게 나오는 상태다. 운동으로 인해 단백뇨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사구체신염 같은 콩팥질환, 당뇨병·고혈압 같은 대사성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염증 반응 검사

염증 반응 검사는 전신의 염증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 진행한다. 고예민도 CRP 검사, ESR(적혈구 침강 속도) 검사 등이 있다. CRP는 ‘C 반응성 단백질’이라는 급성기 반응물질로, 감염이나 염증이 발생하면 몇 시간 안에 간에서 생성돼 혈액으로 분비된다. CRP 혈중 수치는 염증 발생 후 6~12시간 동안 증가해 약 48시간 후 최고치를 찍다가 감소한다. ESR 검사는 몸속 염증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다. 길고 얇은 수직관에 혈액 검체를 떨어뜨려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를 측정한다. 보통 적혈구는 천천히 침강해 투명한 혈장을 거의 남기지 않지만 염증에서 증가하는 급성기 반응 물질이 혈액 속에 많아지면 적혈구를 더 빨리 가라앉는 원리를 적용했다. 이 두 가지 염증 반응 검사 결과는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악성종양이 있을 때 증가할 수 있으며 기타 혈액검사, X선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간염 표지자 검사

간염 표지자 검사는 바이러스 간염과 관련된 항원·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바이러스(항원)가 침입하면 이를 물리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A형 간염 항체 검사가 ‘양성’이라면 A형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있다는 뜻이다. ‘B형 간염 표면 항원’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겉에 붙어있는 단백질로, B형 간염 표면 항원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면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B형 간염 표면 항체’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면 이전에 B형 간염에 걸린 후 현재는 회복된 상태이며 다시 감염되지 않도록 면역력을 갖춘 상태임을 뜻한다.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도 이 검사 결과는 양성으로 나타난다. C형 간염을 막는 백신은 없다. 따라서 C형 간염 항체 검사 결과 양성이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 있거나 과거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근거다.

도움말=배성진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 이항락(소화기내과) 한양대 국제병원장,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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