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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판매 한국법인, 10년간 유흥업소에 615억 리베이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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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얄 샬루트 등의 위스키를 판매하는 프랑스 주류회사 페르노리카의 한국법인이 10년간 유흥업소에 6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 적발됐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유흥 소매업소에 615억3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행위(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1800만원을 부과했다.

사실상 하나의 사업체로 통합 운영된 두 회사는 유흥 소매업소에 대여금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한 뒤, 해당 업소가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 수량에 따라 대여금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한 유흥업소는 양주 403상자를 구매하면 한 상자당 17만4000원의 대여금 상환 의무를 면제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7012만원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10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400회에 걸쳐 248개 유흥업소에 352억5000만원을,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2010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438회에 걸쳐 313개 업소에 262억70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회사가 약 10년에 걸쳐 유흥 소매업소에 대여금 명목으로 제공한 리베이트는 모두 615억3000만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런 금전 제공 행위는 유흥 소매업소가 소비자에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주류를 권유하게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왜곡하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2018년까지 점유율이 20% 안팎에 달했으나 2019년에는 8%로 떨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주요 제품인 임페리얼의 영업권이 2019년 드링크인터내셔널에 양도돼 현재 사업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약 10년의 장기간에 걸쳐 굳어진 주류업계의 부당한 리베이트 관행을 적발·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주류를 선택·소비할 수 있는 등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받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어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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