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은마아파트 주민들 정의선 집앞 시위 제동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은마아파트 주민들. [중앙포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우회를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벌여온 시위가 사실상 금지됐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전보성)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은 재건축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100ｍ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 음향 증폭 장치를 사용해 연설·구호·제창·음원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방송하지 못하도록 했다. 법원은 재건축 추진위가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 등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 등을 부착·게시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행위나 현수막이 부착된 자동차의 주·정차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 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 또는 시위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추진위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서울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를 약 60m 관통한다. 추진위는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지하를 GTX가 통과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가량 정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현대건설 측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GTX-C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개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집회·시위나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는 입장을 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