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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커제, 고통스러운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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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본선 32강전〉 ○ 박정환 9단 ● 커제 9단

장면 6

장면 6

장면⑥=수(手)에도 색깔이 있고 감정이 있다. 백1은 자살수다. 동시에 상대의 응수를 묻는 날카로운 맥점이다. 질문은 간단하다. “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 질문이 상대를 통렬하게 추궁한다. 정문의 일침이다. 커제는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받는 방법은 두 가지 뿐. 그러나 어디로 받아도 결과가 좋지 않다. 커제는 분노가 끓어올랐을 것이다. 한심하다. 이런 수를 당하다니! 어려운 수도 아닌데 까마득히 딴 곳을 헤매고 있었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실전진행=먼저 실전을 본다. 커제는 고통스러운 장고 끝에 흑1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백2의 선수를 허용해야만 했다. 백2는 아프다. 그 점에서 흑1은 뼈아픈 후퇴였다. 이 후퇴로 인해 국면은 걷잡을 수 없이 백 쪽으로 기울었다. 박정환은 백4를 선수하고 6으로 파고들었다. AI 그래프는 어느새 백8집 우세, 승률 95%.

참고도

참고도

◆참고도=후퇴하지 않고 버티려면 흑1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백2를 선수하고 4로 넘어 큰 수가 난다. 흑5 지킬 때 6에 두면 백이 모두 산다. 바둑도 끝난다. 〈장면도〉 백1을 당하는 순간 흑은 이미 진퇴양난이었던 것이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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