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명수 측근도 도입 반대”…밥그릇 싸움된 법원장 추천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현장에서 

김명수 대법원의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내부 비판과 갈등 속에 열린 올해 마지막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결론은 용두사미였다. 법관회의 법관인사제도분과위원회는 법관회의 2차 정기회의(5일)를 앞두고 법원 내부망을 통해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공개 비판했다. ▶최다 득표자가 법원장에 보임되지 않거나 ▶추천조차 되지 않은 사람이 법원장에 임명되고 ▶김 대법원장이 측근을 법원장 후보 추천에 유리한 수석부장판사로 임명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다.

법관회의 의결안은 맹탕에 가까웠다. 대법원장은 되도록 법원장 후보로 추천된 법관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안은 가결됐지만, ‘최다 득표자 보임 원칙’이 빠진 수정안이 의결됐다. 또 대법원장이 ‘측근 알박기’를 위해 수석부장판사 임명권을 활용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제도 왜곡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조처를 하라는 의안은 부결됐다.

김명수

김명수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s)로 제시된 김명수 대법원의 핵심 어젠더 중 하나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총 13개 법원에서 실시됐고, 내년부터는 총 20개 법원에서 시행한다. 법원 내 반(反)김명수 진영에선 김 대법원장이 법원장 추천제를 ‘측근 알박기용’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 9월 퇴임하지만 법원장들의 임기는 통상 2년이라서다. 이에 대법원은 내부 만족도가 높다는 자평으로 맞섰다.

문제는 양쪽 모두 갈등의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관회의 측은 김 대법원장이 100% 책임지는 인사권 행사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최다 득표 후보자를 무조건 선출해야 한다는 100% 직선제 주장은 ‘사법 포퓰리즘’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관회의 의결은 이런 딜레마의 결과다.

김 대법원장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실시 전, 측근 그룹에서 이에 제동을 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측근은 당시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 인사권을 판사들 선거 결과로 떠넘기는 건 사법행정권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으로선 재임 기간 치적 중 하나인 추천제를 중단하기엔 부담이 크고, 판사들이 선출한 대로만 법원장을 임명하면 무책임 인사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법관회의 당일 오전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한 비판에 질의응답 형식으로 해명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런 관전평을 내놨다. “한마디로 법원장 인사권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밥그릇을 내놓으라고 싸우는 형국이었다.” 법원장 추천 과정을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의견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김명수 체제 6년간 정작 중요한 재판 등 법원의 사법 서비스 기능은 떨어졌다. 김 대법원장 취임 뒤 약 5년간 1심 선고에 2년 이상이 걸린 장기미제 사건이 민사는 3배로, 형사는 2배로 늘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가진 국민은 ‘판사님들 갈등’을 이해해 줄 여유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