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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가스발전 정비센터 “작업 동선 1만㎞ 줄이고, 언제 어디서 오류 날지도 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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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싱가포르 서부 주롱산업단지에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스터빈 유지·보수 시설인 ‘글로벌 리페어 솔루션 싱가포르(GRSS)’. 1969년부터 이 자리에서 가스터빈 유지·보수 센터를 운영해 온 GE는 2019년부터 6000만 달러(약 784억원)를 투입해 GRSS를 세계 최대의 가스터빈 정비센터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 10월 말 찾은 이곳에선 50년 이상 된 산업단지 부지라 외형은 낡았지만,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레이저가 달린 로봇 팔과 3차원(3D) 스캐너 등 최첨단 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부품들은 머리카락 한 가닥 사이를 두고 맞물릴 정도로 돌아간다.

GRSS 내에 설립한 연구개발(R&D) 센터(AMRT)에 들어가자 50인치 대형 모니터를 통해 작업 내용과 담당자를 연·월·시·분 단위로 보여줬다. 모니터에는 개선(改善)이라는 일본어 발음을 영문으로 적은 ‘카이젠(Kaizen)’이라는 용어가 그대로 쓰였다. 100t이 넘는 가스터빈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런 부품들이 정비될 때마다 파랑·노랑·빨강으로 작업 상태가 떠올랐다. 공장 밑바닥에는 파란색과 초록색 테이프가 선반의 위치를 정확히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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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잉 GRSS 총괄은 “다양한 색깔로 표기된 디지털 게시판에 제시간에 작업을 완성해 생산성을 높이는 린 생산 방식을 디지털과 접목했다”고 말했다. 린 생산 방식은 일본 도요타에서 시작된 제조 방식이다. 동선을 줄이고 오류를 기록해 생산시간을 단축하는 게 특징이다.

GRSS와 AMRT에는 새로운 유지·보수 기술이 도입됐다. 고강도 레이저 빔으로 마모된 부품을 제거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공정 과정을 줄여 효율적으로 부품을 이동시키는 방법도 찾는다. 가스터빈 내부에 들어가는 선풍기 날 모양의 블레이드는 과거 4단계에 걸쳐 각각 다른 라인을 거쳤는데, 이제는 라인 한 개로만 수리한다. 미국과 폴란드, 싱가포르 AMRT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브렛 배런 총괄은 “디지털화한 린 방식을 도입한 결과 3년간 400건 이상 개선이 이뤄져 1만1000㎞에 달하는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GRSS뿐 아니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형 GE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와이파이로 연결된 스마트워치와 태블릿 스크린으로 작업 시간과 현황을 기록한다. 잉 총괄은 “6~8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작은 조직의 데이터도 모두 클라우드에 보관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키면 앞으로 어떤 부품에서 언제 오류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부품·로봇의 동선을 나타내는 모형도 눈에 띄었다. 잉 총괄은 “시간과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지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GRSS 근무자는 최근 2년 새 250명에서 350명으로 늘었다. 아시아 지역의 인구와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시설이 확장되면서다. 더욱 효율적이고 간소화한 작업 과정을 통해 부품 대기시간을 줄여 전기가 끊기는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게 됐다.

GE의 126년 역사상 최초로 2018년 외부 조직에서 영입된 최고경영자(CEO) 로런스 컬프는 린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컬프는 GE의 사업을 에너지와 항공, 헬스케어 등 3가지 분야로 단순화하고 과거의 문어발식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184억 달러(약 24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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