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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광봉 번쩍 "안됩니다!"…성탄절 트리 앞이 삼엄해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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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외관에 걸린 스크린 속 무도회장의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치켜들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금요일인 지난 9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앞 풍경이다. 이날 건너편 인도는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조명을 구경하려는 300여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지난해와 달리 차도와 인도 사이에 철제 펜스가 설치돼있었다. 펜스 중간 중간엔 ‘위험! DANGER’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여져 있었다. 사진을 가까이서 찍기 위해 한 시민이 펜스에 몸을 기대자 경광봉을 든 안전 요원이 나타나 “밀지 마세요. 기대시면 안됩니다”라고 주의를 줬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에서 400m 떨어진 롯데백화점 본점 앞도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행렬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 곳의 안전요원들도 “촬영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조금씩 이동해달라”고 소리치며 통행로를 확보했다.

‘야경 명소’ 백화점 안전 인력 2배로…경찰·소방 회의도

9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너편 인도에서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설치한 '디지털 파사드'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예년과 달리 차도와 인도 사이에 철제 펜스가 설치됐고 '기대지 마세요', '올라가지 마세요', '넘어가지 마세요'라고 적힌 위험 표지판이 붙었다. 최서인 기자

9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너편 인도에서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설치한 '디지털 파사드'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예년과 달리 차도와 인도 사이에 철제 펜스가 설치됐고 '기대지 마세요', '올라가지 마세요', '넘어가지 마세요'라고 적힌 위험 표지판이 붙었다. 최서인 기자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인파가 몰려드는 번화가 곳곳이 비상이다. 지자체, 경찰, 소방 등이 주최측과 사전 대책회의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지자체 순찰 인력도 예년에 비해 늘리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청은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경찰·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수차례 연말연시 명동 일대 인파 관리를 위한 안전대책 회의를 가졌다. 크리스마스 기간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논하기 위해 백화점과 지자체가 함께 회의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야경’ 명소로 통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측도 관람 인파가 몰릴 걸 대비해 자체적으로 50여명의 교통·안전관리인원을 배치했다.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자정까지 켜두던 백화점 외관 조명의 점등 시간은 올해는 오후 10시 30분까지로 단축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측은 “인파 때문은 아니고 전력 절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야의 종 10만명 몰린다…서울시도 초긴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는 가운데 안전요원이 통행로를 확보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는 가운데 안전요원이 통행로를 확보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앞둔 서울시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오는 31일 열릴 행사는 3년만에 열리는 야외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는 행사가 취소됐고,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코로나 전까지 약 10만명의 인파가 보신각을 찾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인파 밀집 사고를 막기 위해 신설한 ‘인파관리팀’과 ‘재난대응팀’의 첫 과제가 보신각 타종 행사가 될 전망이다. 보신각에선 한차례 압사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새해맞이 타종행사 당시 종각역에서 보신각 쪽으로 인파가 쏠리면서 5세 남자아이가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를 재개하면서 아무래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인력 부분을 좀 많이 증가시켰다”며 “종로구에서 서울시가 보낸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내외부 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세부 사항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측은 2019년 행사 당시 안전관리 인력에 487명을 투입했지만 올해는 760명으로 대폭 늘렸다. 소방과 경찰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지난 1월 1일 서울 종각(보신각)을 찾은 시민들이 현장 타종행사가 없음에도 보신각 앞을 찾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일 서울 종각(보신각)을 찾은 시민들이 현장 타종행사가 없음에도 보신각 앞을 찾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뉴스1

강남역과 홍대입구 등 대표적인 서울 시내 번화가를 끼고 있는 지자체도 대책 강구에 나섰다. 강남구는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길 등 6개 지역에 매일 70여명의 점검 인력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마포구는 23~24일, 30~3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하루에 60여명을 동원해 현장을 점검한다. 폭이 좁은 경사로나 지하철 출입구 등이 주요 점검 구간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최가 없는 행사나 인파와 관련해서는 대응 매뉴얼이 없었고 비상근무를 한다든지 점검도 없었다”며 “이태원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북적이는 가운데 경찰들이 인파 관리를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스1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북적이는 가운데 경찰들이 인파 관리를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스1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자체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실무적으로 의견을 검토하고 안전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떤 기능에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함께 검토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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