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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22%로" vs "초부자 감세"…야당, 예산안도 강행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기국회 내 처리마저 불발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11일에도 맞서는 가운데 최대 쟁점인 법인세를 둘러싼 충돌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야 지도부는 주말인 10일에도 두 차례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0일 오후 양당 원내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15일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날까지 국회에 상정된 정부안 또는 다른 수정안이 있으면 수정안을 가지고 표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쟁점을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의견 차가 너무 크고 (다른 쟁점 사안에 대해선) 접근할 만큼 접근해서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협의로서 좁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야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핵심 쟁점은 예산부수법안인 법인세 인하 문제다. 정부ㆍ여당은 기업의 3000억원 초과 영업이익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용이,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 방지 차원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최고 세율을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신 과세표준 2억~5억원 사이의 중소ㆍ중견기업의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고유가ㆍ고금리마저 특수가 돼 이익을 얻은 슈퍼 대기업 감세가 지금 왜 그렇게 시급하고 중요한가”라며 “정부ㆍ여당은 오직 초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데만 고집할 뿐 서민감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예산안 처리를 거부하며 스스로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세가 어떻게 초부자감세인가”라며 “민주당이 교조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반박했다.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쟁점이다. 정부ㆍ여당은 비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도 “초부자 이익만 대변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식양도세와 관련해 “저희는 기준을 대폭 하향할 입장이 있다. 10억~100억원 사이에서 전향적으로 정하자고 했으나 야당은 아직 10억원을 고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감액 중심 수정안 발의할 수밖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예산안 세부 내역도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안 대비 최소 5조원 규모의 감액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ㆍ여당은 “3조원이 한계치”(9일 추 부총리)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공공분양주택 예산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 ▶경찰국 신설 예산 등을 삭감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ㆍ지역사랑상품권 예산 ▶공공임대주택 예산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를 위한 예산 등은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여당은 “법인세만 합의된다면 다른 쟁점은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예산안을 둘러싼 문제는 이제 특별히 남은 게 없다. 남은 건 법인세 하나”라며 “민주당은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도 이재명 대표가 거부하면 못 받아들인다는 건데, 정부 예산 편성권을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 단독 수정안 강행처리도 시사했다. 11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는 “끝내 합의가 안 된다면 이미 공표한 대로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비록 예산은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예산부수법안에 대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민 지원 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해도 서민 감세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3의 예산 수정안을 만든다면 서민 감세안이라도 최대한 많이 만들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협박도 정도껏”이라며 반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국정발목을 꺾다 못해 아예 부러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예산안을 움켜쥐고 독불장군처럼 몽니를 부려도 정도껏이다. 민주당은 국회 책무가 아닌 민주당 권한 행사에만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결위 국민의힘 측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통화에서 “기재부 전문가들이 몇 달을 걸쳐 만드는 예산안을 며칠 만에 주먹구구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이라며 “이대로 밀어붙이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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