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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3000만원까지 쏜다…미분양 털기 '눈물의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63.8대 1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9.3대 1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해 163.8대 1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9.3대 1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대방건설이 충남 홍성군에서 분양 중인 ‘충남내포신도시 디에트르에듀시티’. 이 아파트 분양업체는 계약자가 모델하우스로 데려온 지인이 새로 계약을 하면 기존 계약자에게 소개비 100만원을 준다. 분양 관계자는 “새 계약자가 계약금 10%를 완납하면 그 다음 달 말에 소개비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나온 ‘지축역 더 플레이어’ 오피스텔은 계약금에 대한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업체는 계약자가 계약금을 내면 그 금액에 대한 2년 치 이자를 선지급한다. 확정 이자율은 연 6%로, 은행권 정기예금 최고금리(연 5.4%)를 웃돈다. 계약금이 4500만원이면 540만원을 주는 식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자 건설사들이 한동안 중단했던 파격적인 마케팅을 재개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계약금 정액제는 기본이고 다양한 방식의 현금 지급까지 등장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구로구 오류동에서 분양 중인 ‘천왕역 모아엘가트레뷰’는 계약자에게 3000만원을 주고 있다. 중도금의 40%까지 무이자 혜택과 발코니 무료 확장에 이어 현금 지급까지 내건 것이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 15% 할인에 더해 관리비 대납을 내세워 수요자를 찾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체들이 이런 고육책을 쓰는 건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청약 미달 단지가 잇따른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232가구)는 지난 6일 1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신청 건수는 제로(0)였다. 2순위에서만 3건 접수됐다. 서울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163.8대 1에서 올해 9.3대 1로 쪼그라들었다. 미분양도 증가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지난해 말(1만7710가구)의 2.7배에 달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미분양 전망지수는 135.8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한국주택협회 본부장을 지낸 김동수 동우씨엠 전무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자 업체들이 수익이 줄더라도 미분양을 빨리 털어내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분양 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점도 한몫했다. 계약률이 저조하면 PF 대출을 받기 어렵다. 업계는 계약률이 50~60%는 돼야 PF를 통한 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건설사의 잇단 ‘당근책’은 확산할 전망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주택 수요를 짓누를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미분양 증가세와 PF 대출을 고려해 계약률을 높이려는 공급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자는 각종 혜택에 현혹되지 말고 입지나 분양가 등을 확인해 미분양 요인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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