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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해임안에 '묵묵부답'…이게 야당에 보낸 '용산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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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默默不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11일, 대통령실의 반응은 딱 이랬다.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말마따나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애초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9일)을 넘기는 등의 문제를 놓고 브리핑 여부를 검토했던 대통령실은 결과적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그야말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의 실체적 진실 규명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무장관의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정치공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야당이 주장해 합의한 국정조사의 목적도 이의 연장선이라는 점만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의 무반응 자체가 ‘가당치도 않다’는 메시지라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법인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인하 등의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과의 격려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법인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인하 등의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과의 격려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부터 대통령실의 반응은 일관됐다. 사건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사 이후 112 신고 내용을 일일이 공개한 데서 보듯, 이번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책임은 끝까지 따져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며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처리한 것에 대한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에 따라 대통령실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대통령실에 전달되더라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은 인사혁신처를 통해 정부에 공식 통지되는데, 대통령실에 오기까지 통상 하루 정도 걸린다. 앞서 지난 9월 29일 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의결했을 당시, 대통령실은 그 이튿날 김은혜 홍보수석 명의의 언론 공지에서 “오늘 인사혁신처를 통해 ‘헌법 63조에 따라 박진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는 국회의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정도로 대응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가 야당의 정략에 따른 ‘상수’였다면, 외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기업 활동을 위한 법인세 인하 등이 국회에 죄 묶여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통합위원들과의 오찬 때 “법인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야 한다. 국민 주식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식관련 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처리와 예산안 처리 지연, 이태원 참사 국조를 관통하는 것은 야권의 ‘이재명 구하기’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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