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지막 남은 코로나 방역 수칙인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논의하자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화될지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 영화관 등 대부분 편의시설은 기존 영업시간으로 돌아왔지만, 은행 홀로 단축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은행 영업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7월부터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이후 1년 반째 코로나19 이전(오전 9시~오후 4시)보다 30분 늦게 문을 열고, 30분 일찍 폐점하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박재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17곳)과 저축은행(79곳) 등 96개 금융사 가운데 84%(81곳)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지난 4월 거리두기가풀렸지만, 단축 영업을 시행한 81곳 가운데 67곳(83%)은 여전히 단축영업 중이다. 특히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같은 시중은행 중에서는 영업시간을 되돌린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영업시간 복원 논의가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시중은행의 영업시간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려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가 돼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0월 영업시간 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TF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현재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논의가 멈춘 상태”라며 “선거가 끝나면 영업시간 단축 관련 논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 금융노조의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박홍배 현 금융노조 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연임에 도전한다. 그는 반나절 더 쉬는 ‘주 4.5일제 근무’를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이 근무 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만큼 그가 연임되면 영업시간 정상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측인 은행도 영업시간 단축이 장기화되면서 고심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처럼 영업시간이 장기간 단축되면 상품 영업력이 떨어지고, 불편을 겪는 소비자의 민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시간을 복원하려면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해 (사측에서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요즘 은행 갈 때마다 번호표 뽑고 30~40분은 기다린다. 영업시간 좀 늘어났으면 좋겠다”.“직장인은 대출 상담하려면 휴가 써야 할 판이다”, “거리두기 해제됐는데 은행만 거리두기하고 있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영업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코로나19를 이유로 단축된 은행권 영업시간도 정상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