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모임·포럼·산악회…'3각 편대' 장제원, 최근 의미심장 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15일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장 의원은 당시 UAE 아부다비 군주인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별세하자 조문사절단을 이끌었고, 현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신임 UAE 대통령 등 유족을 만나 윤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5일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장 의원은 당시 UAE 아부다비 군주인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별세하자 조문사절단을 이끌었고, 현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신임 UAE 대통령 등 유족을 만나 윤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가 아니다. 적어도 현재까진 그렇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서 당내 주류인 친윤계에 영향력이 큰 그가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당권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장 의원이 최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장 의원 지지 모임으로 불리는 ‘여원산악회’는 지난 10일 경남 합천에서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산과 경남에서 버스 60대, 3000여 회원들이 합천체육관에서 우정을 나누며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고 적었다. 과거 장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여원(汝元)은 ‘당신이 으뜸’이란 뜻이지만 정치권에선 ‘장 의원이 여의도(汝矣島)에서 으뜸이 돼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통한다. 장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에서 금배지를 처음 단 이후 이 모임의 명예회장을 맡아 공을 들여왔다.

여권에선 이번 모임에 동원된 숫자를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7개월 동안 중단됐던 산악회 활동은 지난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직후 재개됐다. 당시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1100여 회원님들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고 썼다. 5개월여 만에 참여 숫자가 3배 가까이로 불어난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외곽 지지 모임으로 불리는 ‘여원산악회’ 회장 이·취임이 지난 11일 경남 합천체육관에서 열렸다. 연단 앞줄 오른쪽 끝이 장 의원. 페이스북 캡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외곽 지지 모임으로 불리는 ‘여원산악회’ 회장 이·취임이 지난 11일 경남 합천체육관에서 열렸다. 연단 앞줄 오른쪽 끝이 장 의원. 페이스북 캡처

여원산악회가 부산·경남(PK)의 정치권 외곽 모임이라면 ‘부산혁신포럼’은 PK 정치권 내부 모임으로 꼽힌다. 당초 이 포럼은 2020년 9월 출범했다가 산악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단됐다가 26일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2년 3개월 전 포럼 1기에는 장 의원이 상임고문으로,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기영 전 부산외대 총장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이번 2기에는 부산 지역 전·현직 국회의원도 참여하는 등 외연이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장 의원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친윤계 국회의원 모임 ‘국민공감’도 지난 7일 여당 현역 의원 71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국민의힘 전체 의석이 115석인 걸 고려하면 평소 의원총회 수준에 버금가는 대규모 회합이었다.

장 의원이 전당대회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국민공감(여의도)-부산혁신포럼(PK 내부)-여원산악회(PK 외곽) 등 이른바 ‘3각 편대’를 띄우자 여권에선 미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대표 차출설이 불거지고 MZ세대를 겨냥한 수도권 대표론 주장이 나오는 등 논쟁이 커지자 장 의원은 “아주 극히 일부의 주장”이라고 진화에 앞장섰다.

그런 상황에서 PK라는 지역적 기반을 강조한 모임이 활성화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장 의원은 최근 주변에 “전당대회 때 PK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권 텃밭이면서도 대구·경북(TK)에 비해 정치적 변동성이 심한 PK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다른 지역의 변화도 이끌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현재 전당대회 출마를 표명한 안철수(부산)·김기현(울산) 의원은 모두 PK 출신이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 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줄 왼쪽부터 박대출·안철수·이종배·권성동·김기현·정우택·이철규·장제원·강기윤·김석기 의원. 뉴스1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 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줄 왼쪽부터 박대출·안철수·이종배·권성동·김기현·정우택·이철규·장제원·강기윤·김석기 의원. 뉴스1

여의도에선 장 의원이 누구와 연대하느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장 의원이 안철수 의원 또는 김기현 의원과 손잡고 당권 접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다.

다만 장 의원이 세력 규합에 나설수록 부작용도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부산 지역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장 의원의 움직임이 커질수록 그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의 반감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 의원은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애초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적었다. 국정조사 합의 국면 때부터 자신과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한 글이란 해석이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