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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현장 안 왔는데 "도착" 적혔다...특수본, 이임재 前서장 재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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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위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1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엿새 만이다.

특수본은 이달 1일 이 전 서장과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특수본 조사실이 있는 서울경찰청 마포수사청사에 출석하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상황보고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서장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수본은 상황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을 인지하고 검토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작성자와 함께 이 전 서장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수사 결과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후 50분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쯤 사고 장소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용산서 상황보고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20분 전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기재됐다. 경찰이 당시 상황을 수차례 갱신해 보고하는 과정에 이 전 서장의 행적이 거듭 바뀌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1시 8분 상황보고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2분 뒤인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9시 22분 갱신한 상황보고에는 도착시각 대신 오후 10시 18분 무전으로 현장 대응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상황보고서에는 사고 발생 5분 뒤인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고 기재됐으나 수사 결과 이마저도 사실과 달랐다. 오후 10시 18분 무전으로 지시했다는 보고 역시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

용산서 112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35분 "용산, 용산서장"이라고 외치며 무전망에 처음 등장한다. 이어 오후 10시 36분 "이태원(으로) 동원 가용사항, 형사1팀부터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지시했다.

상황보고와 무전 기록상 이 전 서장이 지시를 내린 시각이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라는 이 전 서장 자신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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