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중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 부담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좀비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 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에 따르면 올 분기 누계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곳 늘어난 18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곳은 영업적자(이자보상배율 0 미만) 기업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기업의 이자 부담은 커졌지만 영업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등으로 100대 기업의 1~3분기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4조5446억원)보다 17.2% 늘어난 5조326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올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원재료비, 이자비용, 인건비 지출 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0대 기업의 3분기 총매출은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337조3245억원이었지만 총영업이익은 24.7% 줄어든 21조4493억원이었다. 업종별로 조선(-1791.9%), 화학(-81.9%), 섬유(-52.8%) 등 7개 업종이 감소세를 보였고, 가스(732.5%), 자동차(507.7%), 유통(198.2%) 등 8개 업종은 늘었다.
올 3분기 누계 기준 100대 기업의 총영업이익은 86조1969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1~3분기 35조4341억원)과 비교했을 때 143.3% 증가했다. 다만 조선·화학·건설·서비스·자동차 등 4개 업종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3분기 누계 법인세 납부액은 지난해보다 74.8% 늘었다. 이 밖에 여비교통비는 62.7%, 광고선전비는 14.1%, 연구개발비는 12.8%, 인건비는 10.6% 증가하는 등 기업의 비용 지출 규모도 커졌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3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정점 뒤 하락) 우려가 이미 현실화했다”며 “4분기에는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나빠졌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저성장·고물가 등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규제 완화와 세제 개선, 노동 개혁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