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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극장가는 지금] ‘마블’은 안 되고 ‘아바타’는 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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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 물의 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 영화사에 기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흥행은 됐지만 중국에 크게 인상을 남긴 작품은 손에 꼽는다. 잘나가던 작품들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 즉시 삐끗한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중국인 비하 등 각종 논란으로 상영이 금지됐다. 중국서 신드롬을 일으킨 ‘어벤져스’의 제작사 마블은 당국의 제재로 2021년 이후 중국에서 단 한 편의 영화도 상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은 예외다. ‘터미네이터’부터 ‘타이타닉’, ‘아바타’ 등 역대급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제임스 카메론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각인되는 할리우드 영화감독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게 된 계기는 1997년 제작한 영화 ‘타이타닉’ 덕이다.

중국 내 타이타닉 정식 개봉은 이듬해인 1998년 4월에 이뤄졌다. 당시 ‘타이타닉’ 개봉을 추진한 후치밍(胡其鳴, 현 루미에르 국제 영화 투자회사 사장)은 수입 기준선을 500만 위안(약 9억 5천만 원)으로 잡고 타이타닉을 들여왔다. 정식 개봉 전, 이미 중국에 불법으로 DVD가 풀렸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타이타닉은 그야말로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매출은 3억 6000만 위안(약 682억 560만 원)을 기록했으며 11년간 박스오피스 기록을 유지했다. 2012년 3D 버전으로 재개봉한 타이타닉은 개봉 첫 주에 중국에서만 4억 421만 위안(약 765억 원)을 벌어들였다.

후치밍은 “당시 박스오피스 데이터의 통계 메커니즘은 완벽하지 않았으며, 수집된 박스오피스 데이터는 실제 결과의 약 30%에 불과했다”며 ‘타이타닉’이 1998년 한 해에만 약 10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타닉’이 중국 영화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여성이 타이타닉 3D 버전 포스터 앞에 서있다. [사진 china daily]

중국 상하이에서 한 여성이 타이타닉 3D 버전 포스터 앞에 서있다. [사진 china daily]

타이타닉 개봉은 중국 영화산업의 번영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중국 영화 시장 박스오피스 1위는 ‘쥬라기 공원 2’로 7210만 위안을 벌어들였고 연간 박스오피스는 10억 위안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1998년 ‘타이타닉’의 단일 영화 박스오피스는 단숨에 3억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영화 시장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또 중국의 단일 스크린 시스템을 멀티스크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며 스크린 수도 크게 늘었다. 수입 영화 심사 등의 영화 검열 제도나 박스오피스 집계 방식 플랫폼 역시 타이타닉의 개봉 이후 구축했다.

‘타이타닉’ 개봉 12년 뒤인 2010년, 제임슨 카메론은 3D 기술을 접목한 신작 ‘아바타’를 선보였다. 3차원 영화라는 신세계를 맛본 중국은 ‘아바타’ 개봉 첫 주에만 2억 7000만 위안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타이타닉과 마찬가지로 ‘아바타’ 역시 중국 영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내 3D 입체영화에 대한 수요를 급속도로 늘렸고, 3D 스크린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됐다. 또 2차원에 입각하던 중국 본토 영화의 입체화를 촉진하며 수많은 3D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아바타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본 영화계는 당해부터 해외 수입 영화 쿼터를 20편으로 늘렸다. 2012년에는 14편의 ‘특수 분장제 영화(分账片)’를 신설해 3D· IMAX 블록버스터 위주의 해외 박스오피스 비중을 13%에서 25%로 높였다.

2010년 1월 10일, 영화 〈아바타〉를 보기 위해 베이징의 한 영화관에 모인 중국인 관객들. [사진 VCG]

2010년 1월 10일, 영화 〈아바타〉를 보기 위해 베이징의 한 영화관에 모인 중국인 관객들. [사진 VCG]

이제 제임스 카메론은 중국에서 세 번째 돌풍을 일으킬 준비가 됐다. 오는 16일, 약 12년 만에 제임스 카메론의 야심작 ‘아바타:물의 길’이 중국에서 개봉한다. 해당 소식에 중국 극장가는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개봉을 앞두고 예매가 시작된 지 단 6시간 만에 10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아바타2가 중국에서 최소 40억 위안(약 7582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 한편, 아바타2는 ‘중국 영화 산업의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왜일까.

‘검열, 검열, 검열’…내수용 박스오피스 꾸리는 中

현재 중국 영화계는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매출 470억 위안으로 미국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최대 박스오피스 시장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 영예도 한순간이었다. 중국의 최대 영화 예매 플랫폼 타오퍄오퍄오(淘票票)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박스오피스 매출은 285억 1000만 위안(미화 40억 달러)에 그쳤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매출은 이미 67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

내셔널 비즈니스 데일리(National Business Daily)가 발표한 《2022 영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10월 20일 기준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된 영화는 약 263편으로, 2021년 542편, 2020년 307편, 2019년 560편에서 크게 감소했다. 극장 문도 굳게 닫혔다. 중국 영화관 절반 이상이 올 상반기에 적어도 한 번은 영업을 중지한 경험이 있다. 최근 완화된 방역 조치로 중국 일부 도시의 영화관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티켓 판매는 저조한 상황이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이는 중국 영화 산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반영한다”며 “코로나 19가 극장가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외에도 엄격한 검열로 인해 중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영화 및 TV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17년 270억 위안으로 정점을 찍고 2021년 46억 2천만 위안으로 고꾸라졌다. 중국 정부의 지나친 ‘검열’과 ‘애국주의’ 주입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사진 PEN America]

[사진 PEN America]

중국 정부의 영화계 검열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국은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외국 영화 편수를 제한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은 강력한 검열을 통해 자국 선전 영화 중심의 ‘내수용’ 박스 오피스를 구축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기술적 이유’라는 사유로 중국 내에서 상영을 금지당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동성애 장면이 삭제된 채 중국에서 상영됐고, ‘탑건:매버릭’은 미국의 위용을 묘사하고 대만 국기가 나온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2021년 개봉한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이터널스’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며 중국에서 상영이 금지됐다. 인종차별적 묘사, 동성애, 중국 비방 감독의 작품 등의 이유에서다. 마블뿐만 아니라 디즈니 영화들까지 줄줄이 상영이 취소됐다. 중국은 마블 영화가 신냉전의 이념·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타오퍄오퍄오(淘票票)에 따르면 11월 기준 현재 홍콩과 대만의 장편 영화를 포함해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수입 영화는 49편으로 2021년 73편, 2019년 136편, 2012년 71편에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외국 영화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조금이라도 부정적 이미지를 비추는 장면이 있으면 특정 장면을 삭제하거나 상영을 금지한다. 1930년대 중국과 일본의 전투를 그린 애국적인 내용의 영화 ‘빠바이(800)’는 영화에서 국민당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취소됐다. 중국 농촌 지역으로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인루천옌(隱入塵煙)’은 당국의 ‘빈곤 퇴치’ 사상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방영을 중단했다.

[출처 트위터 markmackinnon]

[출처 트위터 markmackinnon]

중국의 영화 검열은 본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廣電總局)에서 이뤄졌지만 2018년부터 공산당 중앙 선전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공산당의 진두지휘 하에 영화 검열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들은 10가지의 금지 기준과 9가지의 편집, 수정 기준을 가지고 검열을 하며 특히 반사회적 비과학적 주제, 공산당 비방, 중국의 정치적 체제를 비난하는 정치적 주제들에 엄격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SCMP 보도에서 한 중국 영화 제작자는 “많은 영화가 검열을 위해 보류 중이며 영화가 개봉을 위해 2~3년을 기다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무심코 쓴 한 단어나 장면이 모두 검열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독립영화 프로듀서 제시카 웡씨는 “영화관에 가고 싶게 할만한 좋은 영화가 지금 (중국에) 없다”며 폐쇄적인 중국 영화계를 비판했다. 중국이 ‘아바타2’의 개봉이 중국 극장가를 다시 일으킬 히든카드라고 보는 이유다.

국뽕도 안 통해…中 관객들도 외면하는 ‘애국주의’

중국 흥행의 보증수표는 이제 ‘국뽕 영화’만이 남아있다. ‘전랑’이나 ‘장진호’, ‘만리귀도’등 자국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애국주의를 찬양하는 영화들이 차례로 중국 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누적 흥행 수입 56억 9500만 위안(약 1조 420억 원)을 돌파한 영화 ‘장진호’에 대해 인민일보는 “(장진호의) 새로운 기록은 중국 영화인들의 정신과 힘, 중국 영화산업의 힘과 잠재력을 보여준다”면서 “‘장진호’의 성공은 작가의 세심한 연마, 관객들의 자발적인 지지, 영화계의 연대와 지지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중국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포스터 [사진 마오옌]

지난해 9월 개봉한 중국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포스터 [사진 마오옌]

그러나 과도한 애국주의는 중국 영화계를 세계 무대에서 고립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대표 OTT 아이치이(愛奇藝)나 유쿠(優酷)에는 이미 청년실업이나 양극화 같은 중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당국의 지나친 애국주의를 인식하는 관객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중국 미디어 평론 매체에서 충칭의 한 영화관 매니저는 “극장에 국산 영화나 애국주의 선전을 위한 주선율(主旋律) 영화만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입영화는 항상 중국 영화 시장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분명 국내 영화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하이극장 매니저는 “‘아바타2’ 개봉은 15억 명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말하면 아바타가 개봉하지 않으면 15억 소비자를 잃고 극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는 16일 개봉하는 ‘아바타:물의 길’의 중국 더빙판 성우는 배우 장쯔이가 맡았다. 장쯔이는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시 주석이 제시한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가장 먼저 결의를 밝힌 명사 중 한 명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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