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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 쏟아부은 '마곡 핫플'…40초 만에 매진시킨 LG의 비결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공연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10월 서울 마곡지구에서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개관 공연은 오픈 40초 만에 매진되기도 했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공연장은 무려 2500억원을 들여 5년 가까이 공들여 지으며 화제가 됐고요.
LG아트센터는 그 자체로 공연예술계의 최고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번 주 비크닉 브랜드 소개팅에선 LG아트센터 이현정 센터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예술로, 교육으로 지역 살리기  

원래 LG아트센터는 서울 강남 역삼에 있었어요. LG는 서울시와 협의해 마곡 LG아트센터를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 사실 마곡은 2000년 초까지 서울의 변두리로 저평가 받았던 곳이에요. 지난 2018년 LG 연구개발 인력 2만200여명이 집결한 사이언스파크가 조성되면서 첨단 연구단지로 탈바꿈했죠. 그렇게 한번 마곡을 알린 LG가 이번엔 문화 예술 인프라를 통해 다시 한번 지역 살리기에 나선 겁니다. 역삼 LG아트센터의 성공적인 운영 노하우를 갖고 마곡에 세계적인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LG아트센터 외관. 왼쪽엔 서울식물원이 있고 뒷편에는 LG사이언스파크가 있다. [사진 LG]

LG아트센터 외관. 왼쪽엔 서울식물원이 있고 뒷편에는 LG사이언스파크가 있다. [사진 LG]

“역삼에선 도심 한복판에 아트센터 건물 하나만 있었어요. 마곡 주변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서울식물원이 있어요. 바로 옆에는 LG 연구의 산실인 LG사이언스파크가 있죠. 과학, 자연, 공연예술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었어요. 시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요.”

건물 자체가 예술과 과학의 연결이란 철학을 담고 있어요. 아트센터 안에는 튜브(Tube)라는 공간이 있는데요. 이곳을 따라가면 국내 최초의 체험형 인공지능(AI) 교육기관인 LG디스커버리랩으로 갈 수 있어요. LG디스커버리랩은 국내 최초 청소년 AI 교육기관입니다. 자율주행 로봇, AI 챗봇 등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죠.

건물 자체가 예술

LG아트센터 외관 [사진 LG]

LG아트센터 외관 [사진 LG]

실제 아트센터에 가보니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이었어요. 1995년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숨결이 살아있었죠.

마곡나루역에서 아트센터 지상 3층까지 연결하는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 지상층을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튜브’(Tube), 곡선 형태로 이뤄진 벽면인 ‘게이트 아크’(Gate Arc) 이렇게 3가지 콘셉트를 바탕으로 설계됐는데요. 빛의 건축가라는 명성에 맞게 해와 함께 빛이 바뀌는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꼭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아도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 영감을 주고 싶었어요.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분위기 좋은 곳에 있으면 더 맛있고 행복하잖아요. 역삼동은 공연 관람을 위해 많이 오셨지만, 이곳엔 그냥 건물 자체를  즐기러 오셔도 돼요.”

LG아트센터 로비 [사진 LG]

LG아트센터 로비 [사진 LG]

저는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공기가 다르다'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말 그대로 좋은 냄새가 났어요.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우디 향과 꽃 냄새가 어우러진 따뜻한 향이었어요. 알고 보니 LG생활건강 향 전문 연구소인 센베리 퍼퓸하우스와 함께 향기 136을 개발했다고 해요.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느낌, 기억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기획했어요.”
이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품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 아트센터를 지을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게 또 있는데요. 바로 접근성입니다. 공연장은 지하철 마곡나루역에서 내리면 바로 나오는데요.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시민들이 찾아오기 불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돈을 더 들여서라도 지하로 연결했대요.

프로그램 고르는 안목

“클래식과 오케스트라, 발레만 되풀이되던 시절, LG아트센터의 무대는 마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최우정 팀프 앙상블 예술감독)
애호가들 사이에서 LG아트센터는 창의적인 기획공연으로 명성이 자자해요. 해외 명작을 발굴해 국내에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그 안목과 섭외력을 인정받았죠. 3200l 물을 객석에 담아서 지옥과 천국을 보여줬던 단테의 ‘신곡’(2002). 객석 1층과 3층을 비우고 객석 2층에 난간을 무대를 걸쳐 놓게 하고 주인공이 환영처럼 사라지는 연출로 놀라움을 선사했던 ‘검은 수사’(2002)가 대표적입니다.

아트센터장이 뽑은 역대급 공연은 이보 반호프의 ‘로마 비극’(2019)입니다.
“무대의 금기를 다 깨는 공연이었어요. 관객들이 무대 위로 언제든지 올라가 연기자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무대 한쪽에선 샌드위치 커피 스낵을 팔았거든요. 6시간 가까운 공연이었는데 관람객들의 집중도가 상당했죠.”

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 [사진 LG]

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 [사진 LG]

예술작품을 고를 때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놀라운 것을 찾는대요.
“ ‘낯설지만 좋은 작품’을 찾으려고 했어요. 특히 세계적인 공연을 시차 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어요.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면 수년이 흐른 뒤에라도 무대에 올렸어요. 이게 쌓이다 보니 관객들이 느끼는 저희만의 ‘결’이 생긴 것 같아요.”

남다른 프로그램 비결, 똑똑한 마케팅

LG아트센터가 과감한 기획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던 마케팅적인 비결이 있었어요.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기획 공연 시즌제와 패키지 제도 덕분인데요. 기획 공연 시즌제는 1년간 공연 프로그램 라인업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거고, 패키지는 이를 자신의 취향대로 묶어서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관람객 입장에선 더 저렴하게 표를 살 수 있고, 한해 공연 계획을 미리 세울 수도 있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대신 대신 실구매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준 건데요. ‘이거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많잖아요. 가격 문턱을 낮춰서 좀 더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게 했어요.”

공연장은 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더욱 창의적으로 기획할 수 있대요.
“시즌제의 일부 공연은 사람들에게 낯설 수 있어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연은 관객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죠. 결국 극장의 기획 프로그램을 믿고 구매하는 거예요. 저희 입장에선 우리를 믿는 관객들이 확보되니 더 새롭고 창의적인 공연을 과감하게 가져올 수 있어요. 모두에게 좋죠.”
이런 이유로 지금 많은 공연장이 시즌 패키지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답니다.

공연의 주인공을 되찾다, 관람 문화 혁신

LG가 공연 예술에 얼마나 진심인지 드러나는 정책이 있는데요. 바로 초대권 없는 공연장입니다. 초대권은 선물용 공연 티켓을 말해요. 예전엔 공연장에는 초대받은 이들을 위한 VIP석이 많았어요.
하지만 초대권은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없앨 뿐만 아니라, 공연의 질도 나쁘게 했어요. 아무래도 공짜 표는 ‘내돈내산' 보다는 덜 귀하잖아요. 초대석이 비거나, 자리를 채웠어도 관람 도중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죠. 공연계의 오랜 병폐였지만 아무도 쉽게 바꿀 생각을 못 했죠.

그런데 LG아트센터는 2000년 개관 당시부터 국내 최초로 초대권을 없앴어요. 이러한 파격에 일부는 우려도 하고 비난도 했다는데요. 지금은 공연계 전반으로 초대권 없는 문화가 퍼졌어요.
“공연장의 주인은 관객이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기본에 충실한 정책이었어요. 100% 자발적으로 티켓을 산 관객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매너를 보여줘요. 무대의 아티스트들이 가장 잘 느낍니다. ‘객석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말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선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밖에 없으니, 선순환이죠.”

LG가 얻는 것

LG아트센터는 공익법인인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시설이에요. 공연장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면 LG는 아트센터를 통해 무엇을 얻을까요. LG가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얻는 것은 바로 ‘찐 팬’입니다.

마케팅학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고객 경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는 건데요. LG는 예술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해 자신들의 진정한 팬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팬들이 결국은 예비 충성 소비자가 될 수 있죠. 공연장에 보면 LG시그니처홀(LG전자), U플러스 스테이지(LG유플러스) 등 LG계열사 이름을 본뜬 공간이 있는데요. LG아트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곳이 불리는 일도 많아지겠죠. 공연장에서의 좋은 기억과 함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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