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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평 원룸서 5식구 부대낀다…'분양가 9억 특공' 충격 미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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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특별공급 정상화

단군 이래 분양시장 최대어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는 건립 규모(1만2032가구)와 일반분양분(4786가구) 모두 역대 최대다. 입지여건이 강남·서초구와 함께 강남으로 분류되는 송파구와 인접한 범강남권이어서 초미의 관심 단지였다.

하지만 지난 5일 특별공급 청약 접수에서 일부 미달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물량이 많고 주택시장이 침체해 일반공급 경쟁률(3.7대 1)이 보여주는 대로 청약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미달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수요보다 비현실적인 규제 탓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특별공급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유형이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이다. 둘 다 62가구 모집에 각각 45가구, 46가구 신청하는 데 그쳤다. 신혼부부가 1.5대 1, 생애최초는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식 특별공급 규제 

특별공급이 식구가 많은 가구를 대상으로 하면서 9억원 이하라는 분양가 기준에 끼워 맞추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서 거인이 침대 길이에 맞춰 사람을 자르거나 억지로 잡아 늘이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식 규제인 셈이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신청 자격이 미성년 자녀 셋 이상인 가구이고, 노부모부양은 65세 이상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다. 일반적인 가구(가구원 수 평균 2.3명)보다 가구원 수가 많기 때문에 집 크기가 넓어야 할 뿐 아니라 방·화장실 등이 더 필요하다. 전용 85㎡ 이하인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과 달리 크기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다.

자료: 청약홈

자료: 청약홈

그런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이하라는 가격 요건이 도입되면서 수요와 특별공급 주택 크기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2018년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취지로 특별공급 물량 분양가를 9억원 이하로 제한했다.

당시만 해도 분양가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 85㎡ 초과도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 특별공급 물량으로 나왔다.

이후 분양가가 오르면서 특별공급 주택이 작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3.3㎡당 기준으로 2018년 4월 2260만원인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지난달 2810만원으로 24% 올랐다. 같은 기간 9억원에 해당하는 집 크기가 40평형(공급면적 기준)에서 32평형으로 줄었다. 32평형은 국민주택 규모이면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5㎡보다 작다. 실제로 올해 서울에 분양한 17개 단지의 특별공급 물량에 전용 84㎡가 하나도 없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분양가가 3.3㎡당 3829만원이어서 소형으로 분류되는 전용 59㎡도 9억원을 넘겨 특별공급 물량이 없다. 특별공급 물량 중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에 그나마 큰 전용 39㎡와 49㎡를 배정했다. 둘 다 화장실이 하나이고 방이 둘이다. 자녀 셋을 키우거나 노부모를 모시고 살기에 좁다.

전매제한 규제까지 더해져 다자녀가구는 다 큰 자녀들과 ‘전쟁’을 치르며 살아야 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8년이지만 긴 단지는 10년까지다. 특별당첨에 당첨될 때 어린아이인 자녀가 청소년이나 성년이 된 뒤에도 좁은 집에 살아야 한다.

초소형 주택도 형식적 배정 

분양가 규제와 의무 배정(다자녀가구 10~15%, 노부모부양 3%) 규정 때문에 턱없이 작은 집이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으로 나오기도 한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나온 원룸형 전용 24㎡ 평면도. 다자녀가구는 미성년 자녀 셋 이상을 둔 가구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나온 원룸형 전용 24㎡ 평면도. 다자녀가구는 미성년 자녀 셋 이상을 둔 가구다.

지난해 5월 분양한 서울 중구 인현동2가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는 전용 24~42㎡(11~19평형) 10평대 초소형으로 구성됐다. 분양가가 모두 9억원 이하였다.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 몫으로 나온 주택형도 전용 24~42㎡다. 42㎡가 화장실 하나와 방 둘을 갖췄고 나머지는 별도의 방을 두기 힘든 원룸형이다. 다자녀가구는 침실 겸 거실에서 다섯 식구가 부대끼고 살아야 한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저렴해 일반공급 경쟁률이 29대 1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27가구를 모집하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신청자가 17가구였다.

수요자들은 "특별공급이 형식에 그치고 가격 제한에 막혀 유명무실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특별공급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분양가 제한을 없애거나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8년 기준 금액을 9억원으로 정한 것은 당시 양도세 고가주택과 중도금 대출 제한 기준에 맞췄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가주택과 중도금 대출 기준 모두 12억원으로 올라갔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가격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왜곡된 특별공급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특별공급 제도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상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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