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장 만들어 주면 50만원 줄게"…청소년 배달부가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10대 여러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 운전을 하다 검거되고, 초등학생이 포함된 청소년들이 금은방을 털었다가 붙잡혔다. 이들 모두 배달 업체에서 만나 어울리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배달 대행업체가 청소년 일탈 공간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 넘은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
지난 10월 27일 오전 3시 35분쯤 광주 북구 광주역 교차로 일대에서 오토바이 7대가 굉음을 내며 곡예 운전을 펼쳤다. 이들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가린 채 교차로 한 가운데에서 원을 그리고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20여분 동안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적해 7명 모두를 붙잡았다. 이들은 모두 10대로 학교를 중퇴한 뒤 배달업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돼 어울려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는 운전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몬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무면허 운전자를 고용한 업주도 방조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10대 청소년 3명이 광주 동구 충장로 귀금속 거리에 있는 금은방을 털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오전 3시 19분쯤 철문이 없는 금은방을 골라 망치로 유리문과 귀금속 진열장을 깨 3000만원 상당 귀금속을 가방에 담아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15초에 불과했다.

초등생을 제외한 10대 2명은 가출 소년으로 배달 대행업체에서 만나 모텔과 업체 사무실을 전전하며 친해졌다고 한다.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형들에게 오토바이를 빌렸다가 망가트려 수리비를 갚기 위해 금은방을 턴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10대 폭주족 7명 검거. 사진 광주북부경찰서

광주광역시 10대 폭주족 7명 검거. 사진 광주북부경찰서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 배달부
이런 가운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은 각종 범죄 유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광주 동구 한 배달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최모(17)군은 "고등학교 자퇴 후 친구 소개로 배달업에 뛰어들었지만, 돈은 벌리지 않고 범죄 유혹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군은 “넉 달 전 배달 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형님이 ‘통장 만들어서 주면 현금 50만원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솔직히 고민도 해봤지만, 범죄에 연루될 것 같아 거절했다”며 “배달업을 소개해준 친구 업체에는 무면허 배달부도 꽤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6개월간 배달업을 했는데. 계속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년에 복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광주 배달라이더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지역 배달 업체 12곳이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 배달부 567명 중 184.7명(32.6%)이 청소년으로 파악됐다.

청소년들은 생계난 극복을 위해 배달업에 뛰어들지만, 돈을 벌기는 힘든 구조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배달업 종사 청소년이 하루 쓰는 돈은 최소 6만원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청소년이 대부분이어서 오토바이를 빌리면 임대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보험료와 유류비식비 등이 필요하다.

배달비는 1건당 3000~3500원 수준으로 하루 최소 20건을 배달해야만 6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개인 기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가 경찰 단속에 걸려 과태료가 부과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이 된다.

센터 관계자는 “배달업은 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 많은 청소년이 뛰어들고 있다”며 “이들이 생계난과 채무 등의 이유로 범죄에 노출돼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달 종사자.뉴스1

배달 종사자.뉴스1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