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모습에 '뚜껑' 덮은 日시대 그렸죠" 베니스 초청 애니 감독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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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8일 개봉)를 들고 내한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을 3일 서울 강남구의 미디어캐슬(수입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8일 개봉)를 들고 내한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을 3일 서울 강남구의 미디어캐슬(수입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미디어캐슬

“무로마치 시대는 일본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많은 것을 숨기게 된 시기죠. 그 이전 시대 그림은 하층민이 많고 거지도 있는 그대로 그렸어요. 그런데 딱 이 시기부터 좋지 않은 부분들이 그림에서 사라집니다. 정치적 의도로 여러 가지에 대해 ‘뚜껑’을 덮은 것이죠. 그렇기에 더더욱 남과 다른 하층의 서민에 대해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이하 견왕)’(8일 개봉)를 들고 2일 한국을 찾은 유아사 마사아키(57) 감독의 말이다. 이튿날 서울 강남 미디어캐슬(수입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견왕’은 600년 전 일본 남북조를 통일한 무로마치 막부 시대를 흔히 다뤄온 무사‧전란이 아닌 춤과 노래로 재조명한 작품. 일본 전통 예능 노가쿠(能楽)가 당대 서민 예술로 꽃핀 과정에 현대적 록음악을 접목해 베니스‧토론토‧부산영화제 등에선 색다른 ‘록오페라’로 주목받았다.
주인공은 개의 얼굴을 표주박 가면에 가린 노가쿠 집안 아들 ‘이누오’와 어부 출신의 눈 먼 비파 법사 ‘토모나’. 남다른 신체 조건 탓에 세상에 배척당한 두 소년은 난세를 익살맞게 풍자한 공연으로 서민들의 스타가 된다. 기이하게 긴 한쪽팔을 이용한 이누오의 춤뿐 아니라 글램록 스타를 방불케 하는 토모나의 신비한 연주 장면 등 새로운 예술가의 탄생을 유아사 감독 특유의 자유롭고 리듬감 넘치는 화풍으로 펼쳐냈다. 98분 상영시간 전체가 화려한 뮤지컬, 거대한 콘서트 무대처럼 다가온다.

8일 개봉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日난세 풍자 예술가 록스타처럼 표현

"남다른 외모, 더 나은 삶 향한 힘으로 표현"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가 8일 한국 개봉했다. 오른팔이 기이하게 긴 소년이 바로 노가쿠 무용수인 주인공 '이누오'다. 사진 미디어캐슬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가 8일 한국 개봉했다. 오른팔이 기이하게 긴 소년이 바로 노가쿠 무용수인 주인공 '이누오'다. 사진 미디어캐슬

‘이누오’는 실제 당대 사랑받은 것으로 전해오는 예술가. 그러나 남은 작품이나 기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유아사 감독은 “일본 무사의 역사에 비해 서민 생활상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 궁금하던 차에 원작 소설(일본 고전 ‘헤이케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풀어낸 소설 ‘헤이케 이야기 이누오 편’)을 만났다”며 “당시 계급 사회에선 외모나 신체 조건이 남다른 사람들은 최하층민에 속했다. 유일한 신분 상승 기회는 무사나 예술가가 되는 방법뿐이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무사 대신 즐거움을 전달하면서 ‘위’로 올라갔던 독특한 두 사람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남과 다른 외모가 오히려 더 나은 삶을 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다.

-이누오의 생김새와 움직임이 독특하다. 여러 동물, 곤충을 조합한 듯한데.  

“최대한 특징을 드러내면서도 현실에서 보는 병‧사고로 몸이 망가진 모습은 절대 피하려 했다. 실제 우리가 본 적 없는, 일반적 인간과 전혀 다른 형태이길 바랐다.”

-록음악을 활용한 이유는.  

“지금 노가쿠는 가부키처럼 어려운 문화가 됐지만 예전엔 서민이 즐긴 대중예술이었다. 원래 음악 형태도 지금 남아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그 시대 음악을 모르기 때문에 상상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친밀한 현대 음악을 넣어 과거 문화에 응축돼있었던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영화 내용에 맞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음악으로 록이 떠올랐다. 우리가 처음 전자기타를 접했을 때처럼 과거 사람들도 이누오 공연을 보고 큰 충격을 느꼈을 거라는 하나의 비유이기도 했다.”

-시대극은 현대물에서 직설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동시대에 전하기 위한 장르이기도 하다. ‘견왕’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우리가 확증을 갖고 믿는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세상에는 소문이 많이 떠돌지만, 그게 전부라고 결정짓지 말자고 말이다. 과거 사무라이는 사람을 쉽게 배신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 그들이 살던 시대에 정의나, 악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음에도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는 식의 내용을 담은 예술작품이 많이 남아있다. 어쩌면 남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내가 좋은 쪽으로만 하려고 하는 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잔혹한 일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제친 개성파 천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사진 미디어캐슬

유아사 감독은 일본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못지않게 이름난 애니메이션 거장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마인드 게임’(2004)으로 그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을 제치고 일본 문화청미디어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차지했고,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최고상(크리스털 작품상)을 수상한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2017),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2017)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2010) 등 개성 강한 작품으로 매니어팬을 양산했다. 인물의 심리와 분위기를 잘 전하는 데 비해 이야기 전개는 산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견왕’ 역시 전통적인 역사극보단 화려한 뮤지컬 취향의 관객이 더욱 즐길 만한 작품이다.

-이야기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저는 다른 세계, 다른 인생을 느끼고 발견하고 싶어서 영화를 본다. 제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그런 것을 발견하면 좋겠다. 저도 스태프들과 1시간 30분가량의 정해진 시간 안에 알기 쉽게 잘 정리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사실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점점 깊이 파고들어 가면 또 새로운 것이 보이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한국에선 나이 들수록 세상의 때가 묻는다는 말이 있다. 세계를 새롭게 보는 감각을 단련하는 노하우가 있나.  

“항상 유연하게 있으려 한다. 이거면 됐다는 식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저 역시 세상의 때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이누오 같은 사람을 늘 그리려 하고 동경한다.”

이번이 5번째 내한인 그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한국은 엔터테인먼트가 발달한 나라란 인상이 있다”고 했다. “가까운 나라지만 의외로 모르는 게 많았다고 새삼 발견하고 있습니다. 경쟁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이런 것을 해냈는데 우리는 못 하고 있네,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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