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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된다고?" 영화 속 달 기지 현실로…이 기술 적용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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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D 프린트 기술로 달 기지를 건설합니다. 착륙장, 거주지, 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3D 프린트로 짓는다는 거죠. NASA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달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의 일환입니다.

[정글]

2020년대 말쯤 달 표면에 3D 프린트로 건축물이 세워진다. NASA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3D 프린트 건축 스타트업과 손잡고 테스트에 나섰다. 달에 인간이 살아가는 꿈 같은 일이 10년 내로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 아이콘

2020년대 말쯤 달 표면에 3D 프린트로 건축물이 세워진다. NASA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3D 프린트 건축 스타트업과 손잡고 테스트에 나섰다. 달에 인간이 살아가는 꿈 같은 일이 10년 내로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 아이콘

NASA는 이를 위해 미국 건축 스타트업 아이콘(ICON)과 5720만 달러(약 800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습니다. 아이콘은 미국에서 주목받는 3D 프린트 건축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2017년 창업한 아이콘은 지난해 멕시코에 세계 최초의 3D 프린트 주택단지를 지었습니다.

마르스 듄 알파의 건축 장면. NASA는 내년부터 달과 화성 기지 적응 훈련을 실시한다. 사진 아이콘

마르스 듄 알파의 건축 장면. NASA는 내년부터 달과 화성 기지 적응 훈련을 실시한다. 사진 아이콘

아이콘은 NASA와 꾸준히 협업해 왔습니다. 지난해 NASA의 존슨 우주센터 안에, 화성에 세워질 150㎡ 넓이의 기지 ‘마라스 듄 알파’를 선보였습니다. 지구 상에 세워진 최초의 외계행성용 거주 공간이죠. 내년부터 NASA는 이곳에서 화성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계획입니다.

UAE 두바이 외곽 사막 위에 지어질 화성 과학 도시. 1억3500만 달러 예산을 들여 면적 17만6000㎡의 거대한 돔 구조 건축물이 지어진다. UAE는 2017년 이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2021~2022년 사이에 건설을 시작키로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됐다. 언제 첫 삽을 뜰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 UAE 정부

UAE 두바이 외곽 사막 위에 지어질 화성 과학 도시. 1억3500만 달러 예산을 들여 면적 17만6000㎡의 거대한 돔 구조 건축물이 지어진다. UAE는 2017년 이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2021~2022년 사이에 건설을 시작키로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됐다. 언제 첫 삽을 뜰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 UAE 정부

NASA가 3D 프린트를 달 건물 건축의 기본 기술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기술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 들여다봤습니다.

‘인간, 우주에서 살아가라’ 아르테미스의 목표

지난달 16일 아르테미스 계획이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현존 최강의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입니다.

사상 최고의 추진력을 지닌 로켓 SLS가 우주선 오리온을 싣고 달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선 달 표면을 밟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 공간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것이다. 사진 NASA

사상 최고의 추진력을 지닌 로켓 SLS가 우주선 오리온을 싣고 달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선 달 표면을 밟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 공간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것이다. 사진 NASA

SLS는 우주선 오리온 안에 마네킹 3개를 싣고 달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첫 단계에선 SLS의 성능과 통신, 운항 시스템을 시험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류는 53년 전인 1969년,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밟았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는 역사적 순간이었죠. 그런데 왜 다시 달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걸까요.

아폴로 계획은 인류가 꿈꾸는 거대한 우주 서사시의 첫 문장에 불과합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꿈꾸는 비전은 아폴로 계획보다 웅장합니다. 인류는 까마득한 우주 공간으로 나가기 위해 달을 전초 기지로 삼으려 합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시뮬레이션입니다.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의 수석과학자 르네 웨버는 “달은 태양계로 향하는 지구의 관문이다. 아르테미스 미션으로 우리는 달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주목표는 수많은 SF 영화에 나온 모습을 실현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우선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를 설치합니다. 달 표면에 인간의 생활공간과 도로 등 인프라도 건설합니다. 건물 안에선 식량도 재배하죠.

달 상공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가 건설된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10년 내 현실이 된다. 사진 NASA

달 상공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가 건설된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10년 내 현실이 된다. 사진 NASA

인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바탕으로 화성과 외행성에도 차근차근 인류의 흔적을 남길 예정입니다. 아폴로가 잠깐 달에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면, 아르테미스는 달에 이민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렇게 전무후무한 스케일의 미션이라 미국 홀로 결과를 일궈낸 아폴로 계획과 달리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을 포함해 21개국이 참여합니다. 세계 여러 기업이 상업적 파트너로 나서서 아르테미스 계획에 힘을 보태죠.

한국천문과학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황정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폴로가 달을 잠깐 들렀다 오는 게 목적이라면 아르테미스는 달에 기지를 세우고 자원 채굴을 하고 상주 인력을 두는 걸 목표로 삼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화성에 사람이 살고자 하는 게 나사와 지금 전 세계 인류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다. 바로 화성으로 가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단계를 밟겠다는 거고, 그 기초적인 기술 하나하나를 확보하고 테스트해보고 시험을 해야 하는데 달이 굉장히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달 위 건축물, 3D 프린트로 짓다

아르테미스 미션의 필수불가결한 조건 중 하나는 인간이 달 표면 위에서 생명의 위협 없이, 장기간 살아가는 것입니다. 안전하고 아늑한 기지와 튼튼하고 편리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달 기지 건설엔 장애물이 여럿 있습니다.

우선 달엔 대기와 자기장이 없다시피 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푸른 하늘도 없으며, 오로라도 볼 수 없죠. 방사선이 여과 없이 쏟아집니다. 지구는 자기장과 대기가 태양 방사선의 단단한 보호막이 돼 주지만, 달은 삭막한 우주 공간 그 자체죠.

대기가 없으니 작은 운석도 치명적입니다. 지구에선 불에 타 재가 될 운석이 총알처럼 날아오죠. 그래서 달 기지엔 단단하고 튼튼한 외벽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건축 자재를 지구에서 공수해 오기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이번 아르테미스 SLS 발사에만 20억~40억 달러가 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로켓인 스페이스X의 팰컨을 쏜다 해도 1회 발사에 약 1억 달러가 들죠.

건축 자재를 운송한다고 해도 건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지구 상에 지어지고 있는 대다수 건물을 올리듯 수많은 중장비와 인부들을 동원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NASA가 달 기지 건설을 위해 선택한 해결책이 3D 프린트 건축 기술입니다. NASA가 3D 프린트 건축 스타트업 아이콘과 572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결정한 이유죠.

3D 프린트는 기존 건축 기술에 비해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황정아 박사는 “달 표면에 기술을 적용하는 건 현 단계로선 해운대 모래사장 위에 모래성을 짓는 것처럼 공상과학에 가까운 아이디어”라며 “하지만 실현만 된다면 3D 프린트가 달에 건물을 올리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아이콘

3D 프린트는 기존 건축 기술에 비해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황정아 박사는 “달 표면에 기술을 적용하는 건 현 단계로선 해운대 모래사장 위에 모래성을 짓는 것처럼 공상과학에 가까운 아이디어”라며 “하지만 실현만 된다면 3D 프린트가 달에 건물을 올리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아이콘

아이콘의 비전은 지구 상에 만연한 주택난을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에서 주택 하나를 지을 때 평균적으로 나오는 4톤의 건축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목표도 세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3D 프린트였습니다. 아이콘의 기술력은 네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3D 프린트 기계인 벌컨, 시멘트와 비슷한 건축 자재인 라바크리트, 라바크리트를 버무리고 공급하는 소형 공장인 마그마, 설계도면대로 건물을 짓게 하는 빌드 OS입니다.

벌컨은 4.6m 높이에 14.2m 길이의 기계입니다. 중장비치고는 콤팩트합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기계들을 동원할 필요 없이 벌컨 하나면 집 하나를 뚝딱 지을 수 있어 효율이 높죠. 라바크리트는 아이콘에서 개발한 특별한 시멘트입니다. 모르타르와 콘크리트 사이쯤에 있는 건축 재료입니다.

마그마가 라바크리트를 제조하고 빌드OS에 주택 형태를 입력하면 벌컨이 주택을 쌓아 올립니다. 케이크 위에 크림 반죽을 짜내듯이 쌓아 올립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보다 구조적으로 허약해 보이지만 3D 프린트로 지은 건축물은 규모 7.4의 지진을 견딜 정도로 튼튼합니다.

달 기지 건설엔 지구에선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레이저로 달 표층에 있는 ‘레골리스’를 녹여 단단한 구조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레골리스는 달 표면을 덮고 있는 퍼석퍼석한 흙입니다. 규소와 금속산화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3D 프린트로 레골리스를 버무려 쌓은 뒤 1000도가 넘는 레이저로 녹여 단단한 세라믹 구조로 변형시킵니다. 이 표면을 다듬고 다시 그 위에 층층이 쌓아 올려 건물을 완성하겠다는 거죠.

달 표면 40㎝ 정도를 덮고 있는 흙을 레골리스라고 한다. 이 역시 지구와 마찬가지로 규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어 레이저를 쬐면 단단한 구조의 결정이 만들어진다. 사진 아이콘

달 표면 40㎝ 정도를 덮고 있는 흙을 레골리스라고 한다. 이 역시 지구와 마찬가지로 규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어 레이저를 쬐면 단단한 구조의 결정이 만들어진다. 사진 아이콘

NASA 우주기술임무국(STMD) 기술 성숙 책임자 니키 베르크하이저는 “다른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기술이 필요하다”며 “기술 개발을 아이콘과 함께 추진하면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콘은 이미 여러 군데서 이 기술을 시험했습니다. 아이콘은 지난해 NASA 존슨 우주센터에 진공 상태에서 건축물을 짓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때 아이콘은 덴마크 천재 건축가 비야케 잉엘스와 협업했습니다.

잉엘스는 1974년생 건축가로 2017년 UAE 두바이 외곽 사막에 지어질 ‘화성 과학 도시’를 설계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잉엘스의 건축은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첨단 소재를 잘 다루고 인간과 도시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번 달 기지 건설에서도 잉엘스가 디자인을 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정아 박사는 “3D 프린트는 내구성은 좀 덜하지만 속도는 더 빠르다”면서 “일단 간단한 구조물을 만들기에는 3D 프린팅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기술이 완벽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7년 이후 완료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달 기지 건설은 2020년대 말쯤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달에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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