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퍼즐] 신3고 시대...부동산 갭투자는 여전히 유효한 투자법일까?

중앙일보

입력

[퍼즐] 부동산 트렌드 NOW(5) 

해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흔한 부동산 투자기법이 있다. 이른바 ‘갭투자’다. 지금은 주택시장 약세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갭투자는 인기 있는 부동산 투자기법 중 하나였다.

사실 갭투자라는 용어가 부동산시장에 등장한 지는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조차 쉽게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가 아닐까. 물론 여기에는 아파트 투자 열풍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갭투자는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 즉 갭(gap)이 작은 부동산을 전세보증금을 끼고 최소한의 자금으로 매입한 뒤 훗날 매매가격이 상승할 때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입 이후 반드시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대전제 하에 투자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갭투자의 주된 목적은 시세차익이다. 저금리 기조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갭투자가 유망 투자기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 투자 동호회나 모임, 경매학원을 찾는 30~40대가 급증한 것도 부동산 갭투자 열풍과 관련 깊다. 아파트 매매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 목적으로 변질한 모양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2.10.16/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2.10.16/뉴스1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부동산 갭투자의 특징을 알아보자. 첫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매매를 통한 입주보다는 전세 입주를 선호할수록 전세가율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상 전세가율은 지역이나 개별단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매물을 찾아다니고, 부동산 전문가의 컨설팅까지 받으면서 발품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소액투자가 가능할수록 인기다. 실제로 전세가율이 낮은 서울 강남 고가아파트의 경우 갭투자용으로 인기가 없는 반면, 전세가율이 매우 높아 사실상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일부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아파트 단지는 오히려 인기가 많다.

셋째, 거주보다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갭투자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많은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오느냐에 달려있다. 같은 값일 경우 다세대나 연립주택, 단독주택보다는 대중의 선호가 높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게 좋다. 갭투자가 유행하던 한때 회자하던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은 서울 아파트 규제 강화 이후 풍선효과를 노린 갭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발굴해낸 또 다른 결과물이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에서도'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해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송파구(-0.77%)와 강남구(-0.53%)의 낙폭도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2022.11.28/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에서도'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해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송파구(-0.77%)와 강남구(-0.53%)의 낙폭도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2022.11.28/뉴스1

투자자가 부동산 갭투자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안고 매입하는 투자 속성상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가지고도 큰 수익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지고 대출금리가 급격히 올라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갭투자는 자칫 부동산시장 악화로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이 확대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상품은 설령 갭투자라고 하더라도 주식이나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돈이 들어간다. 그만큼 투자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매각 시점에는 구입한 가격 이상으로 시세가 상승해줘야 한다. 자칫 부동산시장이 하락기로 전환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또 변화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거시적 환경과 분양물량, 입주물량, 교통, 상권, 학군 등 수많은 미시적 환경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쉽사리 예측하거나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울러 부동산 갭투자는 전셋값이 급락하거나 전세수요가 급감해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즉 역전세난이 발생할 경우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투자자 본인은 물론, 세입자에게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안겨줄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부동산시장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던 시기에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입주물량이 과다하게 쏟아지면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깡통주택이 넘쳐나 결국 사회적·국가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적도 있었다. 일례로 2017~2019년 사이 신도시 아파트 입주물량 급증으로 경기도 화성, 남양주, 김포, 인천 서구 등에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비슷한 시기에 울산, 창원, 거제 등은 지역경제 파탄에 따른 아파트 가격 급락으로 깡통주택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부동산 갭투자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고금리가 문제다. 고금리 후유증에 이미 국내외 주식시장은 급락을 경험했고, 지금도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감마저 커지고 있다. 신3고 사태가 부동산시장마저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부동산 갭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자기자본이 아닌 타인자본(전세보증금)을 상당수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운이 따른다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매각을 원하는 시기에 시장 상황이 나빠져 가격이 급락하거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거나 전세 만기가 돌아왔으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갭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실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경기전망과 입주물량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거나 인근 지역에 대규모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장된 광고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자금운용계획 없이 섣불리 갭투자에 나서는 어리석음도 경계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