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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진심인 '尹표 식사 정치'…"국민의힘 돌아가며 다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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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자리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인간 관계에선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누구와 먹느냐가 유의미하다. 인간 관계가 많은 것을 결정하는 정치권에서 식사 자리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식사 정치’다.

지난달 초 서울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윤석열 대통령도 식사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당 내 핵심 측근 그룹인 이른바 ‘윤핵관’들과의 만찬,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부부동반으로 모인 윤핵관과의 만찬에서 ‘의기투합’이란 단어를 써가며 힘을 합칠 것을 당부했다. 지도부 만찬 때는 포옹이란 몸짓 언어로 메시지를 냈다.

지난달 초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윤석열 대통령이 식사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저 비공개 만찬이 잦아질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은 9월 6일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상황점검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이 구내식당에서 배식받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초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윤석열 대통령이 식사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저 비공개 만찬이 잦아질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은 9월 6일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상황점검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이 구내식당에서 배식받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여권에선 이미 개별 의원들과 비공식 접촉을 즐겨온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돌아가며 관저로 초청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요리와 식사 모두에 진심인 윤 대통령은 특히 식사 자리에서 본인의 캐릭터와 매력을 잘 드러낸다”며 “관저 만찬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 있는 식사 정치를 활용했다.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걷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극초반,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식사를 하는 등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중국 순방 당시 ‘혼밥’(혼자 밥 먹기)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 그 직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 연말부터 오찬과 만찬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은둔 이미지가 강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필요할 때는 식사 정치를 했다. 임기 초반, 당 장악력이 강했던 그는 의원들을 자주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했는데 “의원들을 만나니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 같은 말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240여명을 한꺼번에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런 자리를 확 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만든 TV광고. 욕쟁이 할머니가 “우린 먹고 살기가 힘들어 죽겠어”, “밥 처먹었으니 경제는 꼭 살려라” 등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캡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만든 TV광고. 욕쟁이 할머니가 “우린 먹고 살기가 힘들어 죽겠어”, “밥 처먹었으니 경제는 꼭 살려라” 등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캡쳐

대선 때 욕쟁이 할머니 국밥 광고가 히트쳤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소고기와 관련한 사연이 많다. 취임 초 겪었던 광우병 파동 때문이다. 20년간 청와대 조리팀장을 지낸 천상현씨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MB는 청와대 잔디밭에서 야외 바비큐를 자주 했는데, 미국산 쇠고기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어렵게 컸던 그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었다고 한다. 식사 정치 대상도 당 대표부터 사무처 직원, 정부부처 국장급 등 폭넓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식사 자리는 곧 토론 자리가 되기 일쑤였다. 점심이나 저녁 할 것 없이 수시로 장ㆍ차관을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2004년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정지 상태일 때도 측근들과 공식 오ㆍ만찬을 9번 할 정도로 식사 토론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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