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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이 아니라 점술시장 믿어"…아무도 주목 안 한 시장에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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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점술 시장에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역술인과 소비자를 잇는 ‘점술 상담 중개 플랫폼’ 천명입니다.

이 회사는 2020년 창업 후 분기 평균 거래액이 2배 이상 늘고 있습니다. 현재 월 이용자는 45만 명 수준입니다. 지난 4월에는 토스·당근마켓 초기 투자로 유명한 알토스벤처스에서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죠.

천명이 점술 시장에 주목한 건 시장은 큰 데 딱히 선점한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많았죠. “실력 있는 역술인을 입점시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해결하면, 빠르게 유니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현재·전재현 공동대표의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점술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이죠. 하지만 두 대표는 ‘점술을 믿느냐’는 질문에 “점술이 아니라 점술 시장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선을 넘는 기획자들’ 3화 중 일부입니다.

천명앤컴퍼니 전재현(좌), 유현재 공동대표. ⓒ폴인, 최지훈

천명앤컴퍼니 전재현(좌), 유현재 공동대표. ⓒ폴인, 최지훈

증권사 리포트 ‘없는’ 시장 찾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왜 점술이었나요?


유현재: 이전에 창업했다가 시원하게 망했어요. 대학생들이 발표 자료로 사용한 PPT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었는데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슬라이드 셰어·크몽같은 덩치 큰 플랫폼을 이길 수 없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빠르게 1등할 수 있는, 1등 하면 유니콘이 될 수 있는 시장을 찾자.  

그래서 증권사 리포트가 '없는' 분야를 뒤졌어요. 그게 점술 상담 시장이었죠.

일단 빠르게 1등 할 수 있는 시장이었어요. 경쟁사가 없거든요.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점술 상담 시장은 파레토 구조예요. 실력 있는 역술인 30%가 시장 전체 매출의 70%를 만들죠. 잘하는 선생님 30%만 모셔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능성이 보였죠.

전재현: 1등 하면 유니콘이 될 수 있을 만큼 시장 규모도 커요. 우리나라 점집은 편의점만큼 많거든요. 네이버와 카카오 맵에 등록된 점술 집·철학관이 1만 2천여 곳인데요. 통계에 따르면 역술인 72%가 사업자 등록을 안 했어요. 역산하면 전국에 4만 2천여 명의 역술인이 있다는 거죠. 이 숫자에 1인당 매출 평균을 곱하니 1조 4천억 원 규모라는 추정치가 나왔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거예요.

우리 플랫폼에 잘하는 선생님 30%를 입점시키자. 그렇게 시장을 선점하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  

"실력 있는 역술인 30%를 입점시키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전재현 대표. ⓒ폴인, 최지훈

"실력 있는 역술인 30%를 입점시키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전재현 대표. ⓒ폴인, 최지훈

시장 규모와 가능성만 본 건가요?


유현재: 시장의 페인 포인트도 확실했어요. 점술은 인류의 유구한 역사잖아요. 그런데 수천 년간 음지에 있다 보니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죠. 소비자뿐 아니라 역술인에게도요.

우선 소비자는 '서비스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없어요. 심각하게는 사기 문제가 있죠. '네 남편이 큰 사고를 당할 거다, 액운을 피하려면 당장 굿을 하라'며 거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듯요. 제 어머니도 당한 적이 있어요. 저를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3000만 원을 송금했는데 역술인이 잠적해버렸거든요.

만족스럽지 못한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아요. A/S도 잘 못 받고요. '부정 탈까 봐' 항의를 잘 안 하거든요. 점술인의 능력을 신뢰할 수 있는 인증체계도 없죠.

전재현: 역술인도 힘든 점이 있어요. 아무리 잘나가는, 소위 '용하다'는 선생님도 1년 후에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갖기 힘들어요. 마땅한 홍보 채널도 없고, 오직 입소문에만 의존하는 시장이니까요. 단골손님도 확보하기 어려워요. 주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점집을 찾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곳을 비교하는 고객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명세도 오래가지 않아요. 2015년 JTBC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에 출연해 유명해진 점집 두 곳이 있는데요. 이영돈 PD가 점집 100곳을 대상으로 '세 번의 테스트'를 했는데 그 두 곳만 통과했어요. 방송 직후 2년 치 예약이 밀렸죠. 그런데도 지금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역술인에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유현재 대표는 "점술 상담 시장의 페인 포인트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폴인, 최지훈

유현재 대표는 "점술 상담 시장의 페인 포인트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폴인, 최지훈

페인 포인트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전재현: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역술인'을 찾는 게 중요했어요. '실력 있고 믿을 만 하다'는 게 직접 점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둘이 직접 점을 보러 다녔어요. 방문 목적을 밝히지 않고요. 상담을 받아보고는 그 자리에서 영입 여부를 결정했죠. 처음에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율도 그 자리에서 논의했어요. 입점시키기 위해 첫 한두 달은 수수료를 안 받기도 했고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어요. 저희 사주를 보더니 '사업하면 대박 나겠다'며 '얼마나 잘 될지 궁금해서라도 입점하겠다'는 분도 있었죠. 반대 경우도 있고요(웃음).

유현재: 지금은 직접 찾아다니기보다 100명의 '소비자 검증단'을 운영해요. 저희 플랫폼에는 현재 1100여 명의 역술인이 입점해있는데요. 역술인이 입점 신청을 하면 3명의 소비자 검증단을 꾸려 무작위로 보내요. 이들이 모두 만족해야 입점할 수 있고요. 그런데 '용하다'는 게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만족의 기준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로 잡았어요. '용하다'고 느껴야만 지인에게 추천하니까요.

상담에 만족하지 못하면 A/S를 해줘요. 무료로 다른 역술인의 상담을 받을 수 있죠. 상담 후에는 평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했어요. 부정 탈까 봐 솔직한 평가를 꺼리는 문제는 역술인이 평가 내용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해결했죠.

천명은 상담 서비스 만족의 기준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로 잡았다. ⓒ폴인, 최지훈

천명은 상담 서비스 만족의 기준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로 잡았다. ⓒ폴인, 최지훈

역술인과는 상생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요. 천명의 주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플랫폼 서비스 이용(중개) 수수료'니까요. 시장을 발로 뛰며 그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수료율을 책정해나가요. 계속 업데이트하면서요.

실력 좋은 선생님과는 소속사처럼 전속 계약도 맺어요. 매장 인테리어도 바꾸고 어메니티·다과·명함까지 제공하죠. 말하자면 점술 계의 '미슐랭' '블루리본'이랄까요.

점술 산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까지

두 분은 점술을 믿으시나요?


전재현: 저는 어릴 때부터 미션스쿨을 다녔어요.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점술을 믿냐'고 하면, 맹신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 둘 궁합은 안 봤어요. 둘이 보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안 좋은 소리 들을까 봐 걱정됐어요. 당사자들은 웬만하면 결혼 전에 궁합 안 보잖아요.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유현재: 저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예요. 인식할 수 있는 범주에는 신이 없지만, 저의 인지 범위 밖에는 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점술이 아닌 점술 시장을 믿는다"고 말하는 유현재·전재현 공동대표. ⓒ폴인, 최지훈

"점술이 아닌 점술 시장을 믿는다"고 말하는 유현재·전재현 공동대표. ⓒ폴인, 최지훈

저희가 점술을 믿는지 안 믿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시장의 어두운 부분을 정화하고 혁신해 유니콘이 되겠다는 미션은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니까요. 점술이 아닌 점술 시장을 믿는 거죠. 점술 상담만이 가진 '대체 불가한 가치'를 믿고요.

어떤 가치요?


유현재: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점술 상담밖에 없어요. 심리 상담도 특정 분야의 컨설팅도 친한 친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내밀한 문제들이 있잖아요.

저희 사례를 들어볼게요. 지난 4월 알토스벤처스에서 첫 투자를 받았는데요. 투자 유치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5개월 동안 20번 넘게 줄줄이 거절당했거든요. 거절 사유의 99%가 '팀도 지표도 전망도 좋은데… 미안'이었어요. 편견의 벽 앞에 서니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둘이 술도 많이 먹었어요(웃음). '이러다가 3개월 뒤에 망하면 어떡하지?' 생각하니 잠도 안 오더라고요.

그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타로점을 봤어요. 5개 카드 중 하나를 고르면 결과 풀이를 해주는 거였는데요. 저에게 '다음 주 뜻밖의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공교롭게도 그다음 주가 알토스벤처스 첫 IR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그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되더라고요.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아도 풀리지 않던 답답함이 조금 가셨고요.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준비할 수 있었어요. 결국 첫 투자를 받았고요.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이유는 뭘까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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