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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원조는 대전"…국가숲길 중 유일, 도심서 山 20개 탄다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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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1시쯤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 입구에서 50대 여성들이 등산화끈을 조여 맨 뒤 산책을 시작했다. 왕복 3시간가량 트래킹에 나선 이들은 “대전에 이런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는 게 시민에겐 행복”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계족산을 비롯해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20개 산을 연결하는 138㎞ 둘레길이 ‘국가 숲길’로 지정됐다. 대전 둘레산길은 매년 118만명이 찾는 인기 산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일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프리렌서 김성태

지난 6일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프리렌서 김성태

산림청은 지난달 8일 대전 둘레산길과 제주 한라산 둘레길을 국가 숲길로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지리산 둘레길과 백두대간 트래일, 대관령숲길, 내포문화숲길 등 6곳을 지정한 데 이어 두 번째로 국가숲길은 모두 8개로 늘어났다.

대전 20개 산 연결…완만한 지형 특징

식장산과 보문산·계족산·금병산 등 대전시 5개 구(區)의 주요 산 20개를 연결하는 대전둘레산길은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높고 볼거리가 많은 게 특징이다. 대전 둘레산길에는 칠갑산소나무길과 춘하추동 숲길, 향기치유길, 사색의 길, 하늘다람쥐길, 왕의 숲길, 모두의 길, 대전 산안(內)길, 대전 해맞이길, 산성투어길 등 10개의 테마형 순환 숲길이 있다. 운이 좋으면 트래킹 중간에 은꿩의 다리와 선씀바귀·쥐방울덩굴·하늘다람쥐 등 희귀 동·식물도 만나게 된다.

대전 둘레산길은 보문산성과 계족산성 등 14개의 산성을 통과하고 목재 문화체험장과 만인산 자연휴양림에 들러 쉬어갈 수도 있다. 평균 해발고도 400m, 표고 차 300m가량인 대전 둘레산길은 다른 국가숲길과 비교해 완만한 지형으로 1~2시간에서 3시간 이상 걷기에도 부담이 없는 코스로 평가받는다.

식장산 전망대, 계족산 황톳길 등 명소 
이와 함께 대전에서 가장 높은 식장산(해발 598m)은 새해 해맞이 명소로 꼽힌다. 식장산 정상에는 한옥형 전망대(식장루)가 있다. 식장루에서 보면 대전 시내와 자연 풍경이 어우러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구와 중구 원도심 지역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별처럼 반짝인다.

계족산 14.5㎞ 구간에는 황톳길이 있다. 이 길은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2006년 만들었다. 해마다 황토를 구해다 계족산 임도(林道)에 깐다. 황톳길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전 대표 관광명소다.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5월에 꼭 가볼 만한 곳'과 여행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계족산 정상에 오르면 '육지속 바다'로 불리는 대청호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생겼다. 대전시 대덕구와 동구, 충북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대전마케팅공사 관계자는 “도심에서 20분 정도만 가면 만날 수 있는 대청호는 갈대숲 등 경관이 뛰어나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숲길로 지정된 대전 둘레산길 식장산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렌서 김성태

국가숲길로 지정된 대전 둘레산길 식장산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렌서 김성태

대전 둘레산길은 전국 8개 국가숲길 가운데 유일하게 도심을 둘러싼 구간으로 이뤄졌다. 도심 경관과 외곽의 경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코스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전시는 숲길 주변에 안내센터와 숲속 야영장·산장 등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무장애 코스와 경사 구간 우회 노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국가숲길 8곳 중 유일하게 도심구간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국의 숲길 중 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숲길을 순차적으로 국가숲길로 지정할 예정”이라며 “국가숲길에 숨겨진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이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산림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숲길로 지정되면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존과 이용이 조화되도록 표준화한 품질 체계에 따라 운영·관리지침을 마련하고, 민·관 협의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숲길 안내센터와 숲길 등산지도사, 유지·관리 등 정부 차원의 숲길 활성화 사업도 추진된다. 국가숲길로 지정되기 위해선 산림·생태적인 가치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남성현 산림청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대전 보문산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다. [사진 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대전 보문산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다. [사진 산림청]

대전시는 산림청에 국가숲길 지정을 신청하면서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숲길 관련 콘텐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국가숲길 지정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연간 10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대전둘레산길을 더 찾을 것으로 대전시는 전망하고 있다. 둘레산길 관리가 국가로 전환되면서 연간 20억원 정도의 예산절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전 등산 동호인들이 '둘레' 처음으로 사용

대전시와 지역 등산 동호인들은 ‘둘레’라는 말을 2004년 대전에서 가장 먼저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2007년), 지리산 둘레길(2012년)보다 오래됐다는 얘기다. 당시 등산 동호인들이 대전 외곽을 연결하는 등산로를 개척하고 이름을 ‘대전둘레산길’로 붙인 게 둘레길의 시작으로 알려졌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국가숲길 지정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숲길 주변 식당과 카페 등 주민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부터 둘레산길을 정비하고 주변에 안내센터 등을 확충해 전국 최고의 국가숲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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