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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급→선동가 전락"…'이재명 엄호' 유시민 엇갈린 시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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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큰소리를 외치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큰소리를 외치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친노(친노무현계) 핵심 인사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를 놓고 야권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유 전 이사장이 친야(親野)성향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언론 등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옹호론을 강하게 펴면서다.

지난달 25일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이 대표와 좌담을 나눴다. 유 전 이사장은 이 대표를 향해 “지금은 모든 것을 칼로 해결하는 ‘무신(武臣)정권’ 같다”며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만사를 다 하고 있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중요한 자리에) ‘누구를 갖다놔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요즘 우리들이 많이 느끼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말도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 전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인터넷 언론 ‘민들레’에 올린 ‘박지현과 조금박해는 왜 그럴까’라는 기고문은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조응천·박용진 민주당 의원,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에 대해 “언론 노출을 노려 내부 공격에 치중한다”고 공개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 의원은 “유 전 이사장이 이제는 짠하고 측은하다”고 받아쳤고, 박 의원은 “유시민에 관심을 끊은 지 꽤 됐다”며 냉소했다. 박 전 위원장은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이 싸웠던 독재자와 닮아간다”고 비꼬았다.

익명을 원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이사장이 과거에는 진영 내에서 전략가이자 무게감 있는 스피커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예측에 실패했고 갖은 구설에 휘말리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선동가적 이미지만 남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2004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철우 의원 간첩주장"을 꺼낸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철우 의원 간첩주장"을 꺼낸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 전 이사장은 과거에도 몇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저와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발언해 고발당한 일이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말이었는데, 계좌추적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 전 이사장은 지난 6월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한 TV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신문법·사학법)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육탄으로 저지해 처리하지 못했다”고 발언해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장을 맡았던 이부영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야가 국보법 개정에 합의했지만, 당시 강경파였던 유시민이 ‘국보법 폐지가 아니면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 합의를 깨버린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25일 방영된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캡처

지난 25일 방영된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캡처

유 전 이사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유 전 이사장은 한때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지도자급 인사인데, 굳이 당내 소수파를 공개 저격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소위 ‘유시민계’라는 이들이 없지 않나. ‘정치인 유시민’으로서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여전히 유 전 이사장이 향후 민주당 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팬덤인 ‘개딸’을 포함한 권리당원 사이에서 유 전 이사장 지지세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방송된 이 대표와의 대담 유튜브 영상 댓글 창엔 ‘개딸’을 상징하는 파란색 하트모양이 수없이 달렸다. 이들은 “유시민·이재명 조합을 또 보여달라” “유 전 이사장께 정말 감사하다”고 적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유 전 이사장은 본인이 정계 복귀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으나, 당이 위기에 처할 경우 언제든 다시 불려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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