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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나경원에 운동화 선물했던 洪…"탤런트 대회" 독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월 12일 홍준표 당시 무소속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 하루 전날이었는데, 나 전 의원은 "(홍 의원이) 이번에는 꼭 열심히 해서 당선되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간 쌓인 둘의 앙금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월 12일 홍준표 당시 무소속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 하루 전날이었는데, 나 전 의원은 "(홍 의원이) 이번에는 꼭 열심히 해서 당선되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간 쌓인 둘의 앙금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공격)다. 맞는 말”이라며 “문재인 정권엔 겁이 나 대들지 못하고 집요하게 내부 디스만 하던 사람들 지금 어디에 가 있냐”고 썼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말은 내부 디스가 아니고 모두 맞는 말인데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오히려 내부 디스한 일이 없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나 부위원장을 말한다. 나 부위원장은 6일 라디오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가 지난 3일 현재 당권 주자들을 열거하며 “당원들 성에 안 찬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내부 디스는 내부 총질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시장이 주 원내대표를 감싸며, 나 부위원장엔 쓴소리를 한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로 탈당했던 홍 시장이 지난해 복당을 신청했을 때 주 원내대표는 당시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홍 시장의 복당에 찬성했던 전력이 있다.

나 부위원장은 7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보기에 대구시는 통합신공항 문제 등 현안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정에 하실 일이 많지 않을까”라며 홍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런데도 홍 시장은 같은 날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아직도 당 대표 선거를 탤런트 경연대회로 착각하는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수양버들 당 대표를 뽑는다면 윤석열 정권이 코너에 몰리면 또 그런 짓 할 거 아닌가”라고 썼다.

2018년 3월 29일 당시 자유한국당 내 반홍(반 홍준표)계 중진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진 모습. 이주영, 나경원, 정우택, 유기준 의원(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8년 3월 29일 당시 자유한국당 내 반홍(반 홍준표)계 중진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진 모습. 이주영, 나경원, 정우택, 유기준 의원(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변선구 기자

‘수양버들’ 표현, 2019년에도 洪 사용

홍 시장과 나 부위원장의 악연은 오래됐다. 홍 시장이 이번에 사용한 ‘수양버들’도 그가 당 대표이던 2017년 나 부위원장 등을 겨냥해 쓴 표현이다. 홍 시장은 당시 “아무런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에 앞서 나 부위원장이 홍 시장을 향해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칼을 함부로 쓰는 것은 … 바로 사당화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반홍(反洪·반 홍준표) 진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9년에도 홍 시장은 원내대표이던 나 부위원장을 공격했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원정출산과 아들 이중국적 의혹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는데, 같은 당이던 홍 시장까지 나서서 의혹을 해명하라고 한 것이다. 홍 시장은 “불법 병역 면탈이나 하는 한국 특권층의 더러운 민낯이 바로 원정출산”이라며 강도 높게 나 부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불쾌한 내색을 숨기지 않고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반응했다. 당시 홍 시장은 나 부위원장의 원내 전략에 문제가 있다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기도 했었다.

2011년 9월 28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의원에게 열심히 뛰라는 의미에서 운동화와 일찍 일어나 열심히 받아적으러라는 의미로 자명종과 수첩을 선물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9월 28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의원에게 열심히 뛰라는 의미에서 운동화와 일찍 일어나 열심히 받아적으러라는 의미로 자명종과 수첩을 선물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1억 피부과’ 의혹 때부터 구원?

둘의 구원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홍 시장은 한나라당 대표였고, 나 부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였다. 나 부위원장은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맞붙었는데 선거 막판 야권이 제기한 ‘1억 피부과’ 의혹에 타격을 받고 결국 졌다. 홍 시장은 선거 패배 이후 나 부위원장이 의혹에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며 불만을 터트렸고, 나 부위원장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만큼 어려운 선거인데도 홍 시장의 요청에 출마했는데 당 차원의 지원이 부족해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 때부터벌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10여년이 흘러도 봉합될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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