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공격)다. 맞는 말”이라며 “문재인 정권엔 겁이 나 대들지 못하고 집요하게 내부 디스만 하던 사람들 지금 어디에 가 있냐”고 썼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말은 내부 디스가 아니고 모두 맞는 말인데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오히려 내부 디스한 일이 없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나 부위원장을 말한다. 나 부위원장은 6일 라디오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가 지난 3일 현재 당권 주자들을 열거하며 “당원들 성에 안 찬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내부 디스는 내부 총질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시장이 주 원내대표를 감싸며, 나 부위원장엔 쓴소리를 한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로 탈당했던 홍 시장이 지난해 복당을 신청했을 때 주 원내대표는 당시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홍 시장의 복당에 찬성했던 전력이 있다.
나 부위원장은 7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보기에 대구시는 통합신공항 문제 등 현안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정에 하실 일이 많지 않을까”라며 홍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런데도 홍 시장은 같은 날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아직도 당 대표 선거를 탤런트 경연대회로 착각하는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수양버들 당 대표를 뽑는다면 윤석열 정권이 코너에 몰리면 또 그런 짓 할 거 아닌가”라고 썼다.
‘수양버들’ 표현, 2019년에도 洪 사용
홍 시장과 나 부위원장의 악연은 오래됐다. 홍 시장이 이번에 사용한 ‘수양버들’도 그가 당 대표이던 2017년 나 부위원장 등을 겨냥해 쓴 표현이다. 홍 시장은 당시 “아무런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에 앞서 나 부위원장이 홍 시장을 향해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칼을 함부로 쓰는 것은 … 바로 사당화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반홍(反洪·반 홍준표) 진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9년에도 홍 시장은 원내대표이던 나 부위원장을 공격했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원정출산과 아들 이중국적 의혹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는데, 같은 당이던 홍 시장까지 나서서 의혹을 해명하라고 한 것이다. 홍 시장은 “불법 병역 면탈이나 하는 한국 특권층의 더러운 민낯이 바로 원정출산”이라며 강도 높게 나 부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불쾌한 내색을 숨기지 않고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반응했다. 당시 홍 시장은 나 부위원장의 원내 전략에 문제가 있다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기도 했었다.
2011년 ‘1억 피부과’ 의혹 때부터 구원?
둘의 구원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홍 시장은 한나라당 대표였고, 나 부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였다. 나 부위원장은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맞붙었는데 선거 막판 야권이 제기한 ‘1억 피부과’ 의혹에 타격을 받고 결국 졌다. 홍 시장은 선거 패배 이후 나 부위원장이 의혹에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며 불만을 터트렸고, 나 부위원장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만큼 어려운 선거인데도 홍 시장의 요청에 출마했는데 당 차원의 지원이 부족해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 때부터벌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10여년이 흘러도 봉합될 기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