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손주 돌봄 31.7→48.8%…세상의 '황희찬 할머니들'에게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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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은 지난 7일 2022 카타르월드컵 일정을 마친 직후 조부모를 찾아 16강 진출 기쁨을 나눴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은 지난 7일 2022 카타르월드컵 일정을 마친 직후 조부모를 찾아 16강 진출 기쁨을 나눴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전문기자의 촉: 황희찬 할머니의 손자양육

"트로피를 가져갔을 때 너무 행복해하셔서 뿌듯했고, 거의 정말 저의 전부일 정도로 항상 할머니·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정말 항상 제 곁에 계셨으면 좋을 정도로 너무나 감사한 분들이고 오래오래 같이 제 곁에서 행복한 일들이 많으셨으면…."

월드컵 국가대표 황희찬(26·울버햄프턴) 선수의 9일 오전 방송 인터뷰 일부이다. 황 선수는 MBC 뉴스투데이 인터뷰에서 "도착 직후 먼저 조부모를 뵙고 왔는데?"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8일에는 황 선수의 인스타그램 사진이 화제를 불러왔다. 운동복 차림의 황 선수가 조부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할머니는 황 선수가 포르투갈전에서 받은 ‘플레이 오브 더 매치(Player Of The Match) )’ 트로피를 안고 있다.

9일 오후 9시 현재 65만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58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팬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너무 보기 좋다"고 환호했고, 어떤 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너무 귀여우셔요~"라는 글을 남겼다.

황 선수의 누나 희정(28·비더에이치씨 대표)씨는 월드컵 직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희찬이는 춘천에서 태어나자마자 부천으로 이사 왔다.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국가대표 축구 선수를 꿈꿨다. 제 목표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찬 선수의 부모가 너무 바빠서 할머니·할아버지가 키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 가족. 중앙포토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 가족. 중앙포토

황희찬의 포르투갈전 결승 골의 배경에는 이런 할머니의 든든한 보살핌이 있었다. 조부모의 손자 돌봄은 황 선수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황 선수처럼 오래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 짧지만 따뜻한 사랑을 받기도 한다.

정부 조사에서 이런 사실이 나온다. 2021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양육에 부모 외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은 조부모이다. 48.8%가 조부모 양육지원을 받는다. 친조부모 16%, 외조부모 32.8%이다. 황희찬 선수처럼 맞벌이(모 취업)하면 조부모 양육지원 아동이 59.3%로 올라간다.

조부모 양육 의존도는 약 10년 전보다 많이 올랐다. 2012년 같은 조사에서는 31.7%였다. 친조부모 의존도가 15.3%, 외조부모 16.4%였다. 외조부모 양육지원이 약 10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아이 엄마가 친정부모에게 크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한 해 보육에 6조원 이상 예산을 쓴다. 어린이집의 수준이나 보육의 질이 올라가지만, 할머니 손길은 더 늘어난다. 아이러니 같다.

환경 변화가 할머니 양육을 더 늘리는 듯하다.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으니 손자가 1명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더 많은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이를 둔 젊은 부부의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어린이집·유치원을 활용한다 해도 등원·하원 등의 빈틈은 조부모가 메워야 한다. 만혼이 늘면서 아이 돌보기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할머니의 손자·손녀 양육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손자가 성장한 후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여자의 평균 수명은 86.6세까지 올라갔다.

황희찬 할머니에게만 손자가 자랑스러운 건 아닐 테다. 세상의 모든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손자·손녀는 결승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세상의 황희찬 할머니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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