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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베테랑' 52세 여간호사, 매일 운동해 王 복근 새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간호사 달력에 들어갈 바디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들. 뒷줄 왼쪽부터 김성훈, 박소원, 주미연, 안정은, 여선영, 국정란, 김상혁 간호사. 아랫줄 오른쪽부터 차례로 이강희, 김광현, 김윤섭, 박경훈, 장명석 간호사. [김윤섭 간호사 제공]

간호사 달력에 들어갈 바디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들. 뒷줄 왼쪽부터 김성훈, 박소원, 주미연, 안정은, 여선영, 국정란, 김상혁 간호사. 아랫줄 오른쪽부터 차례로 이강희, 김광현, 김윤섭, 박경훈, 장명석 간호사. [김윤섭 간호사 제공]

“쉰이 넘은 나이에 도전한다는 게 쑥스럽더라고요. 그래도 올해가 일한 지 딱 30년째가 되는 해라 기념하고 싶었어요. 항상 지쳐있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건강하게 바꿔보고 싶었고요.”  

1993년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국정란(52) 간호사는 95년 아산병원에 들어간 뒤 30년간 응급실에서 일해온 베테랑 간호사다. 2006년에는 응급전문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하루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 넘는 응급 환자를 만난다. 심장이 멈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2시간 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된 업무의 반복이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환자를 살려냈을 때의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응급실을 떠나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국정란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국 간호사 제공]

국정란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국 간호사 제공]

업무만으로도 지칠만한 일상 속에서 올해 국 간호사가 시간을 쪼개 새롭게 도전한 일이 있다.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들이 지난해부터 시작해 2년째를 맞은 ‘몸짱 간호사 달력 만들기’의 일원이 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윤섭(29) 간호사의 권유를 받을 때만 해도 국 간호사는 “나이가 있는데 아들ㆍ딸 같은 젊은 선생님들과 이걸 어떻게 하냐, 말이 안 된다”라며 극구 거절했다. 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달라’는 말에 설득당한 이후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김 간호사는 “지난해엔 남자 간호사만 10명이었는데 올해는 참여자 12명 중 5명이 여자 선생님”이라며 “달력이 더욱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국 간호사는 “평소에도 달리기나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즐겼다”고 했지만,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관련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목표는 김 간호사가 정해준 체지방 17%였다”고 말했다.

크런치(복근운동) 200개→무릎 푸시업(팔굽혀펴기) 100개→플랭크(코어 운동) 1분씩 5세트→스쿼트(하체 운동) 100개.

 국정란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국 간호사 제공]

국정란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국 간호사 제공]

4월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는 바디프로필 촬영 두 달 전부터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4가지 운동 루틴을 지켰다. 국 간호사는 “김 간호사가 매일 숙제를 내줬다. 여자 간호사들은 크런치 200회, 푸시업 80회가 하루 운동 할당량이었는데 난 욕심을 내서 더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남편과 함께 5~10km 달리기나 60km 자전거 타기를 하며 운동량을 늘렸다.

9월 바디프로필을 찍던 날, 체중계에 찍힌 몸무게는 46.5kg. 157cm인 국 간호사의 운동 전 몸무게는 53kg이었다. 체지방은 기존 27%에서 목표했던 17%까지 줄였다. 재수생 아들과 고3 딸이 있다는 국 간호사는 “각자 다르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어 다 같이 수험생의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낸 거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 달력 만들기에 참여한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들. [김윤섭 간호사 제공]

간호사 달력 만들기에 참여한 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들. [김윤섭 간호사 제공]

국 간호사를 포함해 간호사 12명의 바디프로필 사진이 실린 이번 달력은 지난 1일부터 ‘널핏(NURFIT)’에서 판매 중이다. 판매금액은 모두 ‘아산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윤섭 간호사는 “처음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는데 달력을 통해 많은 분께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취약계층에 기부할 수 있는 점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 간호사는 인터뷰 말미 ‘내년에 또다시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안 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동안 호탕하게 웃던 그는 “사실 귀가 얇아 누가 또 하자고 하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좋았다”며 “간호사가 건강해야 환자도 건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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