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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에 맡겨도 충분” “저위험군부터 벗어야” “재유행하는데 큰 코 다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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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03면

대전광역시·충청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요구에 나섰다. 지자체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9월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결과로 추측건대 국민 70~80%는 자연면역이 형성된 상태로 보인다”라며 “실내 마스크 착용 자율화는 이미 여름부터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9월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항체 보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항체양성률(자연 감염, 백신 접종 모두 포함)은 97.38%였다. 천 교수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자율에 맡긴 나라 중 확진자 수가 폭등한 경우는 없다”라며 “마스크 착용을 국민 자율에 맡겨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과 밀집도가 높은 대중교통은 제외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도 9일 “해외 주요 국가 사례를 봤을 때 의료시설·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이런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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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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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가 아닌 ‘완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봤다. 정 교수는 “실내에서 일제히 마스크를 벗자는 것이 아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시 처벌할 수 있었던 조항 등을 없애는 게 완화 정책”이라며 “현재 국민 면역 수준, 유행 규모, 의료 대응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특정 시점이나 조건을 내걸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정부는 1~3월 중 의무화를 해제한다고 하는데, 당장 한 달 뒤에 어떤 유행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위험하다”며 “거시적인 유행 상황을 판단해 저위험군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겨울철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10월에도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며 ‘위드 코로나’ 정책을 꺼내 들었다가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큰코다치지 않았느냐”며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세인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문제를 거론하는 건 방역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방역정책의 초석인 마스크 착용은 해제하면서 국민에게 백신 추가 접종을 권고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6만2734명. 사망자는 이틀 연속 60명대를 기록했다. 개량백신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7.3%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가 연령층, 장소에 따라 확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 변이인 ‘BN.1’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또다시 등장할 변이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팬데믹 4년차를 앞둔 시점에선 예방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을 차단하는 정책에서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만 처방하는 치료제 처방 대상자를 대폭 늘리는 방안 등이 있다. 천 교수는 “고위험군은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되면 중증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확진자를 줄이는 예방정책이 아닌 사망자와 중환자 숫자를 줄일 수 있도록 치료정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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