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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대한 음주공화국] 미, 차 시동잠금장치로 음주운전 예방…71개국, 공원·길거리 음주 규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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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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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국제 절주 전략을 채택해 음주 폐해 감소를 위한 국제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WHO가 2018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한 번이라도 술을 마신 사람은 약 23억명으로 조사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300만명이 음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사망했는데, 이는 에이즈나 교통사고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라며 “건강한 사회를 해치는 이런 위협을 막아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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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단속 중인 남아공 경찰. [AFP=연합뉴스]

음주 단속 중인 남아공 경찰. [AFP=연합뉴스]

해외에서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2차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통제 불능 수준의 과도한 음주가 제삼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64개국 중 146개국은 교육 시설에서, 139개국은 공공의료시설에서 음주를 제한하고 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음주를 전면 혹은 부분 금지한 국가도 71개국에 달한다. 제갈정 이화여대 교수는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주취폭력 등 2차 폐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지자체 자율규제로 맡기고 있는데, 국민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능동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스웨덴은 음주의 습관화를 막기 위해 젊은 세대의 음주 진입 연령을 늦추는 정책을 활용한다. 미국은 1984년 최소 음주 연령법을 제정해 주류 구매 가능 연령을 21세로 통일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법정 최소 음주 연령(MLDA)을 21세로 규정한 주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평균 16% 감소했고, 21~25세 음주도 70%에서 56%로 크게 줄었다”며 “법적 음주 연령을 상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가적 손실을 막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성인 기준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춘 일본도 음주 가능 연령은 여전히 20세로 유지하고 있다.

금주 지역인 공원을 순찰하는 독일 경찰. [AP=연합뉴스]

금주 지역인 공원을 순찰하는 독일 경찰. [AP=연합뉴스]

주류 광고 등 음주 문턱을 낮추는 미디어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핀란드는 2008년부터 텔레비전과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주류 광고 노출 시간제한 정책을 도입했으며, 2015년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주류 광고를 금지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동남아시아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높은 태국은 2017년 주류 소비세를 2% 인상하고, 젊은 초보 운전자에 대한 혈중알코올농도(BAC) 한도를 0.02%로 낮추는 등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주류 광고도 오후 10시~오전 5시에만 방영할 수 있다. 제갈정 교수는 “‘음주는 위험하니 하지 말라’는 식의 규제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가격을 올리거나, 음주 가능한 장소를 규제하는 등 내재한 욕구를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골칫덩어리인 음주운전에 대해선 높은 처벌수위는 물론 재범을 막기 위한 조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1986년 미국에서 음주 운전자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음주시동잠금장치(IID)가 대표적인 재범 방지 수단이다. 음주 운전자는 면허 재취득 시 일정 혈중알코올농도 이상일 경우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장치는 현재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함께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정신교 목포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습관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잠금장치 도입을 법제화해 높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음주운전을 순간적인 실수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 및 재교육에도 열을 올린다. 미국의 다수 주 정부는 음주운전 1회 적발 시 3개월, 3회 적발 시 30개월간 관련 교육을 이수하게 되어 있다. 유럽과 호주는 이와 더불어 음주 운전자들이 의료심리학적으로 완치되었다는 증명서를 받아야만 면허 재취득이 가능하다. 음주운전 1회 적발 시 6시간, 3회 적발 시 16시간 교육을 이수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된다. 정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가장 최우선의 방법은 결국 교육”이라며 “‘운이 없어서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는 만연한 인식을 없앨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과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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