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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당근마켓 품은 네이버, 신성장 동력 될지 미지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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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15면

M&A의 세계

네이버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아래 사진)를 인수했다. 사진은 네이버 본사 전경. [연합뉴스]

네이버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아래 사진)를 인수했다. 사진은 네이버 본사 전경. [연합뉴스]

모든 투자는 그 결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시점부터 제3자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투자를 결정한 당사자들은 그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호와 후회 사이의 어딘가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금액이 크면 클수록, 많은 사람들이 알면 알수록 그 강도와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투자의 성공 여부는, 본질적으로 투자가 결정된 시점에 제3자에 의해서 판가름 나는 게 아니다. 투자자가 계획했던 목표가 달성됐는지 여부에 대한 당사자의 평가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된다. 투자 주체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충분한 시간 동안 지켜보고 결과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투자의 성공 스토리는 그저 후일담일 뿐이다’라는 속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 속설은 대박인지 쪽박인지는 투자 시점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도 같다. 지난 10월 4일, 네이버가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발표 즉시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 업계관계자, 기자, 애널리스트 등 수많은 이들이 평가와 예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경영진의 의도와는 달리 상당수가 부정적이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실적과 주가가 급등하던 호시절이 끝나고, 지난해 말 대비 60% 가량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발표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네이버의 젊고 새로운 경영진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고심해 선택한 결과 치고는, 다소 의아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그 중심에는 포쉬마크가 매우 생소한 기업이라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판 당근마켓이라고 소개되기도 하는 포쉬마크는, 소셜 리세일 마켓플레이스(social resale marketplace)라는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다. 주로 미국과 캐나다의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패션과 액세서리 관련 중고품(비중 약 80%)과 신품의 거래를 중개하는데, 거래가 완료되면 수수료 매출이 발생한다는 면에서 거래 수수료가 없는 당근마켓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2011년 미국에서 창업된 이후 캐나다·인도 그리고 호주로 확장한 포쉬마크는, 8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800만명이 넘는 월간 사용자(MAU)를 가진 이 분야 최대의 사업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거래금액은 무려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넘어섰을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영어권 국가의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들의 판매를 중계하는 틈새 사업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네이버의 주력 사업군 중 커머스 부분이 매우 크고 크림(Kream) 등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자회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단기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3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포쉬마크의 수익성엔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지난해 포쉬마크의 매출은 3억3000만 달러(약 4300억원)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음에도 수익은 4400만 달러(약 570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3분기까지 거래금액과 매출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영업 적자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상장 초기 50달러에 이르렀던 포쉬마크의 주가가 이번 거래 발표 직전엔 10달러대 중반으로 폭락한 이유기도 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런 상황에도 네이버는 약 16억 달러(주당 약 18달러, 약 2조1000억원)에 포쉬마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발표 전날 포쉬마크의 주가와 30일간 가중평균 주가, 90일간 가중평균 주가 등에 각각 15%, 34%, 48% 프리미엄을 가산한 가격이다. 포쉬마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약 4억 달러(약 5200억원)이므로, 이 금액을 빼면 약 12억 달러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에 인수하는 것이라고 네이버는 발표했다. 그렇게 해석하더라도 네이버가 지급한 ‘주주 가치(Equity Value)’는 여전히 상당히 큰 프리미엄이 포함된 16억 달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발표 시점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선 시점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큰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내년 1분기 말 또는 2분기 초에 거래가 종결되면, 네이버는 두 가지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쉬마크의 적자로 인해 영업이익율이 하락할 것이고, 포쉬마크의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투자 지분에 대한 손실 비용(손상차손)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네이버의 주가에는 부정적일 것이라 쉽게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네이버의 이 과감한 투자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이 지난 이후에 내려질 것이다.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설명한 포쉬마크 인수의 큰 그림은 당장의 재무적 효과나 주가 흐름을 떠난 장기적인 글로벌 성장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 학사, 듀크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다. 2005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 설립 당시 창업 멤버로 합류한 뒤 2018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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