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동비율 50% 미만 위험, 의견거절·부적정 감사 공시 땐 한발 늦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7호 16면

실전 공시의 세계

지난달 엘아이에스, 시스웍, 베스파, 멜파스 등 코스닥 기업 4곳이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거나, 개시 결정을 받았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이미 자본잠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가 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이나 ‘부적정’ 등의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을 때는 이미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공시와 동시에 거래정지에 들어가고, 오랜 기간 상폐심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의 부실 징후를 미리 알아챌 수 있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일단은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유동자산은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 유동부채는 1년 내 결제해야 할 부채입니다. 정상기업이라면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는 많아야 합니다. 즉, 유동비율이 100%는 넘어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면 좋지 않은 징후입니다. 특히 유동비율 50% 미만은 위험 신호입니다. 지난달 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난 엘아이에스는 수년 동안 유동비율 100% 미만 또는 50% 미만 상태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사업 부실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유동비율이 악화하고 있다면 손익계산서로도 눈을 돌려봐야 합니다. 2020년과 2021년 이 회사는 매출액보다 매출 원가가 더 커졌습니다. 매출총이익 단계에서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손익이 좋지 않은 기업이라도 매출총이익은 흑자, 여기서 판매비 및 관리비를 차감한 뒤의 영업이익 단계에 가서야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와중에 매출총이익부터 적자인 기업은 최후가 좋을 리 없습니다.

재무제표의 주석에서 부실징후를 찾아보려면 매출채권의 손상 여부를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매출채권 잔액에서 회수 가능성이 없는 금액을 추정한 것이 대손충당금입니다. 대손충당금 비율이 20% 이상이라면 부실화가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엘아이에스의 2021년 말 기준 매출채권 잔액은 219억원, 대손충당금은 138억원이었습니다. 대손 비율이 무려 63%에 이르렀습니다. 219억원 가운데 결제일이 1~3년 경과한 매출채권이 134억원이나 되고, 이 채권들은 모두 회수불능으로 처리됐습니다.

전환사채(CB) 발행액이 많고, 만기 전에 사채권자들의 조기상환청구가 몰려든다면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이런 사실은 회사가 ‘만기 전 사채취득’이라는 제목으로 공시를 하기 때문에 알 수가 있습니다. 엘아이에스의 전환사채권자들은 2020년 6월~2022년 7월까지 8차례에 걸쳐 조기상환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6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난 비디아이는 2020년 유동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업부실도 급속하게 진행됐습니다. 결손누적은 자본잠식으로 이어졌습니다. 2020년 말 기준 자본구조를 보면 자본금이 102억원인데 자본총계는 82억원에 불과합니다. 직전 2019년 자본총계(307억원)가 자본금(40억원)의 7배가 넘는 상황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이런 회사에 대해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하기도 합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