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화인류학자가 본 사랑은 일종의 뇌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7호 20면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어크로스

영하의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에 모여 목이 터져라 월드컵 응원을 하는 사람들? ‘예스 위 캔(YES WE CAN!)’이라 외치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에 열광하는 사람들? 신을 생각하는 수녀? 이 모두가 ‘사랑’이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 실연의 아픔은 금단증상이다? 개도 주인을 똑같이 사랑한다?  모두 과학적 사실이다.

사랑은 ‘일종의 생물학적 뇌물’이다. 인간의 삶은 너무 힘들다. 협력은 너무 고되다. 사랑은 그 고됨을 이겨낼 동기가 된다. 이 책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영장류 동물학을 전공한 진화인류학자가 과학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풀어낸 ‘사랑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다.

원제는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가(Why We Love)’. 질문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의 답을 찾으려 애쓰는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저자는 ‘사랑은 너무 복잡하다’며 ‘답을 확장해보려고 한다’고 선언한다. 머리말부터 ‘사랑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사랑에 관한 한 우리 모두는 전문가’라고 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저자는, 사랑을 ‘스펙트럼’이라고 썼다. 0과 1로 딱 나뉘는 디지털이 아니라, 0과 1 사이 무수한 다양성을 짚는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협력 관계의 첫 원리부터, 연인간의 사랑을 비롯해 가족·친구, 애완동물, 신에 대한 사랑, 나아가 스마트폰에 대한 애착이나 미래에 인공지능·로봇과 애착을 나눌 가능성까지, 현재의 이론으로 가능한 대부분의 사랑을 제시한다. 기술과 인간의 애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섣부른 활용에는 경고를 덧붙이고, 가장 최근 인류가 발전시킨 성평등을 향한 변화는 아직 진화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분명히 짚고 있다.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사랑의 관념은 과학으로 쉽게 설명하고, 다자간 사랑이나 무성애 등 21세기 들어 주목받는 다른 모양의 사랑은 사회적 맥락과 연결지어 풀었다.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역자는 호르몬과 뇌 구조에 대한 복잡다단한 문장들을 매끄럽게 옮겨냈다.

저자는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인간의 협력은 숭고하고,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