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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프레임부터 한일관계 현안까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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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21면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이창위 지음
박영사

한국사회에서 좌우 이념과 정치 진영 갈등은 주로 북한을 소재로 전개되는데, 북한 못지않게 자주 동원되는 재료가 일본이다. 우파는 북한을 끌어들여 좌파에 종북 프레임을 씌워 비난한다. 반면 좌파는 친일 프레임으로 우파를 공격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좌파는 이제 ‘죽창부대’를 규합해 우파에게 ‘토착왜구’라는 새로운 꼬리표를 붙였다.

국제법 전문가이자 대표적 일본통인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에 대한 심각한 인식을 바탕으로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을 냈다. 부제는 ‘국제법과 국제정치로 본 한·일 관계사’. 저자는 국제해양법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 회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읽었다는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흥망사』(2005)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 신간의 책머리에 저자는 “(한·일 관계의) 골이 깊어져 단순한 봉합이나 외교적 임시방편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며 “양국의 현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친일 논란과 함께 한·일 갈등에 관련된 현안을 하나씩 살핀다. 역대 대통령의 대일 정책, 국교 정상화 과정, 위안부 문제와 징용 배상, 독도 문제, 한·미·일 공조까지 다뤘다. ‘한·일 간의 근대사와 현안에 대한 팩트 시트’ ‘일본 천황과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 일지’(표7)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한국 정치가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위를 불문하고 열광하는 분위기도 가라앉히자고 촉구한다. 우리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일본의 책임을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물을 수 있으려면 결국 다수 국민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 국제법적 퍼스펙티브를 제공해 주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시대착오적 토착왜구 주장과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데도 좋은 교양서이자 참고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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