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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포위 외치다 역포위 됐다…"MZ 마음 되돌려라" 바빠진 與

중앙일보

입력

MZ 세대는 국민의힘에서 한동안 잊힌 이름이었다. 20·30 표심이 키포인트로 떠오른 대선 때만 해도 이들을 겨냥한 공약과 구애가 쏟아졌지만, 선거가 끝난 뒤엔 MZ 세대를 거론하는 여당 내 목소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여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민주당과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MZ 세대 문제에 일시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투톱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 ‘MZ 세대의 호응’을 언급한 뒤 MZ 세대 문제가 당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20·30대 지지 회복은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공감대가 커지는 모양새다.

20대 정부 지원론 21%, 견제론 57%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메모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메모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MZ 세대가 국민의힘을 외면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024년 총선 기대 조사’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지원론)는 응답은 36%였고,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견제론)는 응답은 49%였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20~50대에서 견제론이 지원론을 압도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지원론 21%, 견제론 57%였고, 30대도 지원론 27%, 견제론 59%로 정부 견제 여론이 우세했다.

20·30대 정당 선호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대체로 부진했다. 7일 발표된 알앤써치 조사에서 20대의 39.8%가 민주당, 34.0%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30대는 민주당 43.1%, 국민의힘 31.8%였다.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0대(민주당 41.7%, 국민의힘 39.0%), 30대(민주당 42.5%, 국민의힘 37.7%) 모두 민주당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코어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를 우군으로 돌리는 ‘세대 포위론’이 여당 선거의 필승 공식인데, 최근 ‘역포위’ 현상이 나타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역포위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밀리는 현상이다.

文에 등 돌렸던 MZ, 이젠 국힘에 부정적 시선 

2021년 11월 2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커피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청년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1월 2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커피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청년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만 해도 MZ 세대는 현 여권에 호의적이었다. 부동산 폭등 사태와 취업난에 겹쳐 ‘공정’ 이슈까지 떠오르면서 청년 민심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고,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승했다. 세간에선 ‘청년층의 보수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올 3월 대선에서는 20·30대 남성 표심은 윤석열 후보, 여성은 이재명 후보로 쏠려 양분화됐지만, 청년층 전체로 놓고 보면 윤 후보가 대체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은 20·30대와 60대 이상의 세대 연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MZ 세대가 여권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자 여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심 변화에 민감한 수도권이나, 박빙 지역구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상당하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코너에 몰린 상황인데도, MZ 세대가 우리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MZ 세대는 특정 정당에 충성하지 않고 정책 등에 따라 언제든 지지 정당을 바꾸는 성향을 보인다”며 “MZ 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청년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슈화하고, 참신한 정책을 내놓는 등 달라진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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