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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시모 돌보며 밤엔 공장 간다…그래도 웃는 베트남 며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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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유미(15·오른쪽에서 첫번째)양은 식품가공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와 남동생 2명을 돌본다. 유미양은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청각장애로 일상 생활이 힘겨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 가천문화재단

정유미(15·오른쪽에서 첫번째)양은 식품가공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와 남동생 2명을 돌본다. 유미양은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청각장애로 일상 생활이 힘겨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 가천문화재단

 전남 순천에 사는 정유미(15)양의 아버지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있다. 필리핀에서 온 어머니가 외벌이로 생계를 책임진다. 유미양은 식품 가공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와 남동생 2명을 돌본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식사와 빨래 등 온갖 집안일도 도맡는다. 학업에 매진하면서 말썽꾸러기 남동생들까지 챙기는 게 쉽지 않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온 쩐티항(33)은 전신이 마비돼 투병중인 시어머니를 돌본다. 뇌병변 장애가 있던 시어머니는 2019년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를 쓰지 못하게 됐다. 그는 시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자 친정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낮에는 시어머니와 자녀들을 돌보고 밤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졌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뒷바라지하고 있다. 사진 가천문화재단

베트남에서 온 쩐티항(33)은 전신이 마비돼 투병중인 시어머니를 돌본다. 뇌병변 장애가 있던 시어머니는 2019년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를 쓰지 못하게 됐다. 그는 시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자 친정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낮에는 시어머니와 자녀들을 돌보고 밤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졌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뒷바라지하고 있다. 사진 가천문화재단

 베트남에서 온 쩐티항(33)은 전신이 마비돼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돌본다. 뇌병변 장애가 있던 시어머니는 2019년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를 쓰지 못하게 됐다. 언어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 아들도 지속해서 병원에 다녀야 했다. 두 사람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남편의 수입만으론 부족했다. 쩐티항은 낮에는 시어머니와 아들을 돌보고 밤에는 공장에서 나가는 고된 생활을 시작했다. 건강이 악화할 정도로 힘겹지만 쩐티항은 가족 앞에선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가천문화재단(이사장 윤성태)은 정유미양과 쩐티항을 포함해 18명을 제24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가천효행대상은 공모를 한 뒤 서류 심사와 현지 실사를 거쳐 뽑힌 현대판 효자와 효녀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가천문화재단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1999년 인천 옹진군 백령면에 심청 동상을 만들어 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된 심청효행상에서 출발했다. 백령도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가천효행대상은 심청효행상(남·여), 다문화효부상, 다문화도우미상, 효행교육상 등 네 부문으로 나눠 수상한다. 지난해까진 여성을 수상자로 선정해왔지만, 올해부턴 수상 후보를 남성으로 넓혔다. 이름도 심청효행대상에서 가천효행대상으로 바꿨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학교에서 효행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효행교육상도 신설했다.

 올해는 정유미양이 심청 효행상 여학생 부문 대상을 받는다. 남학생 부문은 한요한(23·호원대)씨가 첫 수상자가 됐다. 본상은 김소미(17·예일메디텍고)양, 신가람(21·가천대)씨, 김백리(18·경기상업고), 윤남주(18·경일고)군이 받는다. 특별상 수상자엔 김하늘(14), 추연주(17)양과 강병무(23)씨, 조부건(11)군이 선정됐다.

쩐티항이 대상을 받은 다문화효부상 부문의 본상은 몽골에서 온 게렐트철멍(43·서울 구로구)과 캄보디아 출생인 김채원(33· 경기 양평)씨가 받는다. 다문화도우미상 부문에선 바라카작은도서관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 단체는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한글 및 문화교육을 하고 경제적 자립도 돕고 있다. 특별상 수상자엔 경북 포항 송라면아동복지센터가 선정됐다. 효행교육상에선 전주 동암고등학교가 대상을 받았다. 본상과 특별상은 경기도 오산의 대호중학교와 대구의 덕원고등학교가 받았다.

가천문화재단은 대상 상금 1000만원, 본상 500만원, 특별상 300만원을 각각 수상자들에 지급한다. 심청효행상과 다문화효부상 수상자들엔 100만원 상당의 무료 종합건강검진권 2장과 가천대길병원 입원진료비 평생 감액 혜택도 주어진다. 시상식은 이번 달 14일 가천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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