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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10% 적금 해지해주세요"…예테크족 울린 '특판 적금의 배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오늘은 뭐 안 터지겠죠?"

"이제 은행에서 문자 오면 불안하네요."

규모가 영세한 지역 농협이나 신협이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자금이 몰리자 판매한 조합 측이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고금리 특판을 찾아다녔던 이른바 '예테크족'은 "다른 상품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8일 재테크 카페에 올라온 최근 '특판 해지' 사태를 우려하는 글.

8일 재테크 카페에 올라온 최근 '특판 해지' 사태를 우려하는 글.

총 4개 농협·신협에서 특판 해지 요청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고금리 상품을 감당하지 못해 고객들에게 해지를 요청한 곳은 동경주농협, 남해축산농협, 합천농협, 그리고 사라신협이다.

고객들은 적금 해지를 요청하는 은행이 더 있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재테크 카페에서는 "며칠 전에 가입한 고금리 특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게 아닐까 해서 아침부터 ○○신협에 전화를 걸었다. 이곳은 안전하단다"라며 정보 공유가 한창이다.

남해축산농협은 연 10.25%짜리 특판 적금은 오프라인 전용 상품이 직원 실수로 온라인에서 판매되면서 너무 많은 돈이 몰리면서 문제가 됐다. 합천농협은 지난 5일 최고 연 9.7% 특판적금을 내놨다가 이자지급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최대가입금액이 없고 비대면으로 다수계좌개설이 가능했던 점이 화근이 됐다. 동경주 농협도 지난달 25일부터 판매한 최고 연 8.2%짜리 정기 적금을 고객들에게 해지 요청을 한 상황이다. 신협 중에서는 제주 사라신협이 12~23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적금에 연 7.5% 제공하는 특판을 실시했다가 돈이 몰리자 해지 요청에 나섰다.

7일 남해축산농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7일 남해축산농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이자도 못 받고, 20일 동안 새 적금 가입도 못 해 

문제가 된 세 농협은 모두 경영평가 1등급을 받았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유사시 사용할 현금(유동자산)이 적었다. 남해축산농협의 유동자산은 111억 원, 보유현금은 6억 1000만원에 불과했다.

은행의 사후 대처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강제로 적금을 해지하게 됐지만 이자를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합천과 남해 농협은 중도해지이율 0.1%만 적용했다. 동경주 농협은 이보다 더 적은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테크 카페의 한 게시물은 "강제 해지했는데 동경주는 열흘이나 돈을 들고 있었는데 이자라도 제대로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40만원 이하는 0원 50만원은 1원 받았다는데 중도해지이율도 안 준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도 "본인들의 실수이고 고객은 다른 적금 놓치고 가입했다"며 "최소 입출금통장 금리 1.5%를 적용해주던가 당초 약정금리를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20일 제한에 걸려 발이 묶인 고객들도 다수다. 대다수 금융사가 한 은행에서 수시 입출금통장 개설하면, 영업일 기준 20일이 지나야 다른 은행에서 새 수시입출금통장 만들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피해를 본 고객들은 적금이 강제 해지되었음에도, 통장 개설 이력 때문에 새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후 다른 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정이다. 농협중앙회 측은 "고객 손실 보상은 해당 조합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협 측은 "현재 중앙회와 사라신협과 보상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어제부터 적금 가입했던 건이라서 이자 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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