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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싸고 수출관세 없는 사이판…하수도까지 깔아주며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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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50년 동안 한세실업을 이끌어온 김동녕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그룹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김상선 기자

50년 동안 한세실업을 이끌어온 김동녕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그룹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김상선 기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OEM)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한세실업이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인데 한 해 의류만 330조원을 수입하는 미국·일본·유럽 3대 시장에서 점유율은 아직 1.7% 남짓이죠.”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녕(77)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말이다. 1972년 한세통상으로 창업한 한세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한세실업은 현재 전 세계 9개국 20개 법인에서 5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갭·H&M·아메리칸이글 등 의류 브랜드, 미국 월마트·타겟의 자체상표(PB) 상품 등 연 4억장의 의류를 수출한다. 한편으론 예스24와 동아출판·한세엠케이·한세드림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2조7988억원, 영업이익은 1346억원이었다.

경영의 변곡점은 어디였나.
“한세통상을 경영하다 부도를 낸 뒤 3년을 와신상담해 1982년 한세실업을 세웠다. 이미 국내 인건비가 많이 올라가고 있었던 상황이라 바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수출 관세가 없는 곳을 찾다가 결정한 곳이 사이판이다. 1985년에 사이판 정부 허가까지 났는데 인근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농구코트부터 하수도까지 놔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하수도 만들어준다고 하니 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더라(웃음). 이어 한국·중국·필리핀에서 기술자를 데려다 공장을 가동했다.”
이후 아시아와 남미에 진출하면서 패션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5위 안에 드는 기업이 됐는데.
“비결은 역시 기술 개발이다. 전체 직원의 20%가 원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업체는 한국 업체만큼 디자인·원단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우리는 일찌감치 3차원(3D) 기술로 디지털 의류 샘플을 만들고, 원단 염색 업체를 인수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5년 전 직원에게 ‘10년 뒤 30억 달러(약 3조9500억원) 수출하는 회사가 되자’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17억 달러 규모였다. 그런데 성장은 복리의 마술이더라. 30억 달러가 터무니없는 숫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스트레스를 독서로 푼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 글쓰기도 좋아했다. 최근엔 SF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김초엽, 아서 클락, 레이 브래드버리 책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고정관념이 생기고 머리가 굳어지기 마련이다. 터무니없는 얘기 같은 SF 소설이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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