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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국 다시 세운다" 獨 의회 습격 모의한 극우 25명 체포

중앙일보

입력

독일에서 의회를 무장공격해 국가 전복을 계획한 극우 성향의 반정부 세력 관련자가 무더기 검거됐다. 이들은 자칭 왕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을 지도자로 내세워 새 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으로 알려져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복면을 한 경찰관들이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가 전복 계획을 세운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복면을 한 경찰관들이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가 전복 계획을 세운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이날 전체 16개 주(州) 가운데 11개 주 내 150여곳 일대에 3000여명을 투입하는 반테러 작전을 벌여 쿠데타 모의 관련자 25명을 체포했다. 그 중 2명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서 붙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11월 독일 의회를 공격하기 위한 쿠데타 계획에 착수했고, 사법·보건·외교 등을 다루는 부서까지 만들었다.

용의자들은 1871년부터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전까지 존속했던 독일 제국을 모델로 한 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지도자로는 ‘하인리히 13세’라는 71살 남성을 내세웠다. 그는 자신을 과거 독일 중부 지방에서 수백 년간 통치한 로이스 귀족 가문의 후손이자 왕자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동자는 군사령관을 맡아 새로운 독일군 창설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 중 특수부대 소속인 현역군인 및 예비역도 포함됐다고 현지 군 정보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당국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검거된 용의자 중 한 명인 러시아 여성이 러시아와 접촉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독일 검찰은 러시아가 이들의 쿠데타 계획을 지원했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연루설을 즉각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독일 내부의 문제다. 러시아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경찰당국은 이들이 ‘제국시민(Reichsbuerger)’ 운동과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국시민 운동은 현 민주 연방 정부를 거부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보당국은 현재 약 2만1000여명이 이 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국 단위 조직은 없고 곳곳에 소규모 집단으로 산재해 있다. 그중 약 5%는 극우 성형의 극단주의자, 약 10%는 잠재적 폭력배로 분류된다.

이들은 납세를 거부하거나 지역 당국에 편지를 무더기로 발송해 행정을 마비시키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다. 아예 땅을 매입해 자치 국가 건설에 나선 이도 있다고 BBC가 전했다. 최근에는 무장 세력화 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제국시민 조직원 1명이 경찰을 총격 살해했고, 2017년에는 난민·유대인 등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 극우세력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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