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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달관"…5800명이 못찾던 여중생 구한 '국민영웅' 은퇴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 영웅견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이가 8일 10년간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이날 세종시 32사단 훈련장에서 달관이가 장병들과 함께 마지막 임무인 수색정찰훈련을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민 영웅견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이가 8일 10년간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이날 세종시 32사단 훈련장에서 달관이가 장병들과 함께 마지막 임무인 수색정찰훈련을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달관 은퇴식에 조은누리양 찾아 축하 

3년 전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을 극적으로 찾아낸 군견 ‘달관’이 은퇴식을 끝으로 정찰견 임무를 마감했다.

육군 32사단은 8일 오후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이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연병장엔 ‘네발의 전우. 정찰견 달관이 은퇴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리고, 부대원 170여 명이 모여 은퇴를 축하했다. 달관은 은퇴 선물로 30㎝ 길이 대형 개껌을 받았다. 공놀이를 가장 좋아하는 달관은 간식으로 개껌을 즐긴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다. 2019년 여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서 실종된 조은누리(당시 14세)양을 구조한 일등공신이다. 당시 열흘간 경찰과 군 등 연인원 5800명을 투입해도 행방이 묘연했던 조양은 그해 8월 2일 달관이가 극적으로 찾았다.

박상진(47) 원사와 수색에 나선 달관은 길이 없는 계곡에서 조양을 발견하고, 앉은 자세로 ‘보고’ 동작을 취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달관을 ‘국민영웅’으로 칭송했다.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이가 8일 10년간의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이날 전역식에 참석한 조은누리양과 가족이 달관이의 전역을 축하하며 연신 쓰다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이가 8일 10년간의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이날 전역식에 참석한 조은누리양과 가족이 달관이의 전역을 축하하며 연신 쓰다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은퇴 선물로 30㎝ 대형 개껌 받아 

올해 10살인 달관이는 사람 나이로 70세에 접어들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골반이 좋지 않아 30분 이상 수색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와 은퇴가 결정됐다. 실제 산을 오르거나, 대항군 수색 훈련 등에서 금세 지치는 모습을 보인다.

달관은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훈련을 거쳐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지난 10여 년간 달관 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은 9명이다. 달관의 마지막 핸들러인 김민수(22) 일병은 “짧은 시간이지만 달관이와 5분 대기 임무와 수색 작전을 수행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며 “은퇴가 아쉽지만 달관이가 이제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2사 기동대대 부대원들은 손편지로 만든 목걸이를 달관에게 걸어주기도 했다. 손편지에는 ‘달관아 너무 고생했어. 은퇴하고도 건강히 잘 지내’ ‘항상 행복해’라는 등 응원 메시지가 많았다.

은퇴식에는 은누리양과 조양 부모가 참석해 달관이의 행복을 기원했다. 조양이 달관이를 마주한 건 2019년 8월 2일 구조된 이후 처음이다. 연병장 단상에 선 조양은 운동장에 앉아있던 달관이를 보자마자 웃었다. 행사 20분 동안 달관이와 연신 눈을 마주쳤다.

세종시 32사단 훈련장에서 달관이가 장병들과 함께 마지막 임무인 수색정찰훈련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32사단 훈련장에서 달관이가 장병들과 함께 마지막 임무인 수색정찰훈련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육군 32사 “달관이는 전우…노후 책임지겠다” 건의 

조양 가족은 달관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 목걸이 펜던트 앞면은 ‘달관이’ 뒷면엔 ‘2019년 8월 2일 나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웠어. 은누리’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조양의 아버지 조한신(52)씨는 “3년이 지난 현재 은누리는 그때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가정에서 가장 행복 지수가 높은 아이로 밝게 생활하고 있다”며 “은누리의 생명의 은인인 달관이와 박상진 원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달관이가 은퇴 후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군견은 임무가 해제된 뒤 군 방침에 따라 관리견으로 분류돼 강원 춘천 군견교육대로 보내져 노후를 보낸다. 민간에 입양되거나, 일선 부대서 경계보조견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32사단 기동대대는 최근 육군본부에 “달관이를 춘천에 보내지 않고, 32사 경계보조견으로 활용하겠다”고 건의했다.

윤상순 32사단 기동대대장은 “달관이가 춘천으로 가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달관이는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전우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기동대대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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