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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저조한 청약성적...내년 강남권 분양도 장담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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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가구 수 1만2032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이 5일부터 시작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뉴스1

총가구 수 1만2032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이 5일부터 시작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뉴스1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청약 성적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7일 이틀간 진행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을 진행한 결과 3695가구 모집에 총 1만7378명이 접수해,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청약 접수 첫날인 6일 열린 1순위 해당 지역(서울시 2년 이상 거주자) 청약에서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주택형이 예비입주자 500% 요건(청약 경쟁률 5대1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음날인 7일 1순위 기타지역(서울시 2년 미만 거주자 및 수도권 거주자) 청약까지 진행했는데도 3731명이 추가 신청하는 데 그치면서, 전체 주택형 16건 중 절반이 2순위 청약까지 넘어가게 됐다. 이 아파트는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일반 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분양 시장 전문가들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지 좋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41)씨는 “무주택 기간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60점대 가점을 만들어 이 아파트 전용 84㎡ 청약을 준비해왔다”면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분양 가격이 너무 높아 청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평균 3829만원이다. 전용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다. 분양가가 12억원을 넘는 전용 84㎡의 경우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은 ‘옵션’(추가 선택 품목)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발코니 확장 옵션과 에어컨만 선택해도 3200만원(84㎡ 기준)가량 더 든다.

이를 고려할 때 인접 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16억6000만원)보다는 싸지만, 인근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의 같은 면적 시세(14억원)와는 별 차이가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변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예비 청약자들이 분양가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운영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다. 뉴스1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운영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다. 뉴스1

다른 제약 조건도 영향을 미쳤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첨되면 입주 가능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분양 잔금을 전세 세입자를 들여 충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매 제한 기간도 8년으로 길다.

청약 신청자가 모집 가구 수를 간신히 넘어서면서 실제 본 계약률이 얼마일지도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실수요자들이 청약 통장을 꺼냈다는 점을 볼 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이 아파트 분양 성적은 내년 서울 분양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기준으로 여겨졌다. 저조한 흥행 성적이 내년 청약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강남권에서 내년 분양을 대기 중인 단지들도 ‘완판’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내년 상반기 중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일반분양 819가구),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296가구), 방배6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원페를라(497가구) 등이 분양에 나설 가능성 크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원펜타스(263가구),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133가구) 등도 대기 중이다. 권일 팀장은 “내년 강남권 분양 예정 단지들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 같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입지에 따라 청약 성적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향후 도심 분양 물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입지가 뛰어난 단지들은 여전히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도 “입지에 따른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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