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졸부가 감히 귀족을…” 영국 뒤흔든 안주인 신분세탁

  • 카드 발행 일시2022.12.10

19세기 후반 국제정치 무대에서 급부상 중이던 미국과 최강대국이던 영국 간에 교류가 빈번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이 많은 사람을 실어날랐다. 이런 교통편 이외에 같은 언어 사용, 일부 역사의 공유가 사람의 왕래를 더 촉진했다. 그러다 보니 돈과 신분을 맞교환하는 결혼도 종종 있었다. 당시 언론은 미국 졸부와 가난한 영국 귀족의 결혼을 비중있게 보도하곤 했다. 홈즈도 사건을 수사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나라 간의 ‘특별한 관계’를 적극 홍보한다.

1840년 영국과 미국 사이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운항하기 시작했다. 타이타닉호 역시 영국 사우샘프턴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향하던 중 침몰했다. 취역일인 1912년 4월 10일에 촬영한 타이타닉호의 모습. 중앙포토

1840년 영국과 미국 사이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운항하기 시작했다. 타이타닉호 역시 영국 사우샘프턴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향하던 중 침몰했다. 취역일인 1912년 4월 10일에 촬영한 타이타닉호의 모습. 중앙포토

“결혼에선 자유무역 안 돼!”

1880년대 말 영국 일간지 ‘모닝포스트(Morning Post)’는 결혼에서 자유무역을 반대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모험’ 편의 「독신 귀족」에 아래 칼럼이 나온다. ‘셜덕’들은 이런 유사한 칼럼이 당시 신문에 게재됐다고 본다. 미국 여성과 영국인의 결혼이 흔한 일이었다.

“현재의 자유무역 원칙은 결혼 시장에서 영국인에게 아주 불리한 듯하기에 곧 보호무역 요구가 있을 것이다. 대서양을 건너서 온 아름다운 사촌들이 차차 영국의 귀족 집 안주인이 된다. 지난주에도 매력적인 침입자들이 새로 안주인이 됐다. 20년 넘게 큐피드의 화살을 거부했던 세인트 사이먼 경이 캘리포니아주 부호의 딸 해티 토런 양과 결혼을 발표했다. 웨스트버리 저택에서 벌어진 연회에서 도런 양은 기품 있는 자태와 빼어난 미모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외동딸인 그녀의 지참금은 여섯 자릿수가 넘을 뿐만 아니라 장래에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사이먼 경은 비치무어에 작은 영지만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결혼으로 캘리포니아 상속녀는 공화국의 아가씨에서 영국 귀족으로 신분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녀만 신분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귀족도 아닌 미국 처녀들이 가난한 영국 귀족과 결혼한다. 일종의 ‘신분세탁’이라는 어감이 깔려 있다. 대서양을 건너오는 아가씨는 영국의 귀족이 되고, 가난한 영국의 귀족은 부유해진다. 이런 사례가 자주 있어서 영국 여성들의 결혼이 어려워진다는 게 이 신문의 진단이다. 그래서 자유무역 원칙은 결혼시장에서만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닝포스트’는 1772년에 창간됐고 사교계 뒷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중산층이 살 만해지고 귀족 따라하기가 흔해지면서 이 신문은 인기를 끌었으며 150년 넘게 발간됐다.

얼마나 자유무역 원칙이 널리 퍼졌으면 결혼 시장에서도 이랬을까? 영국과 프랑스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게 1860년이다. 두 나라는 경쟁력 있는 상품의 관세를 서로 내렸다. 영국은 프랑스산 포도주와 완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프랑스는 영국의 면직물과 같은 1차 생산품과 공산품 관세를 기존의 절반 정도인 30% 수준으로 내렸다. 이 조약 발효 후 두 나라의 교역은 배 이상 늘어났다. 1860년부터 10년간 유럽 안에서 120개가 넘는 양국 간 통상조약이 체결됐다. 19세기 후반에 영국은 자유무역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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