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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보유' 네덜란드, 美 맞춰 반도체장비 中 수출 규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의 직원들이 최첨단 극자외선 노광장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의 직원들이 최첨단 극자외선 노광장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발맞춰 자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네덜란드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규제는 14㎚(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고급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앞서 지난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와 부분적으로 맥을 같이 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내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식통은 "미국과의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네덜란드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네덜란드 외무부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와 관련된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 정부의 이런 조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꺾으려는 미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네덜란드는 수출 감소와 중국의 보복 등을 우려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특히 자국 기업인 ASML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다. 이 회사의 장비 없이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최첨단 초미세 공정 10㎚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현재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중국에 EUV 장비를 공급하지 않고 있으나, 이전 모델인 심자외선(DUV) 장비는 판매 중이다.

하지만 그런 ASML도 EUV 장비에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어서 미국이 네덜란드에 어느 정도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소식통은 "네덜란드 정부는 어느 정도 미국과 비슷한 안보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산업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달 말엔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차관과 타룬 차브라 NSC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이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해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정부와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사실상 EUV 장비 판매에 개입함에 따라 ASML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ASML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15%를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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