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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쉬웠지만 수학 '불수능'…대입 당락, 수학 성적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부산 남구 대연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부산 남구 대연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는 평이했지만, 수학은 ‘불수학’ 수준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어‧수학 난이도 차이에 따라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벌어지면서 상위권은 수학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 학생이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해 합격하는 이른바 ‘문과침공’도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3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시험 응시자는 총 44만7669명으로 전년도보다 469명 줄었다. 재학생은 30만8284명, 졸업생‧검정고시생은 13만938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졸업생‧검정고시생 같은 N수생 비율은 31.1%로 1997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시에서도 이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 수학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비율(51.8%)이 확률과통계(48.2%)보다 많아 현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 이후 이과생이 문과생을 넘어선 첫해가 됐다. 통상 이과는 미적분‧기하, 문과는 확률과통계를 선택한다. 문·이과 통합수능에 따른 선택과목 유·불리 심화가 이과생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전년보다 하락

국어는 ‘역대급 불수능’ 논란을 빚은 지난해와 비교해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149점이었던 전년보다 15점 하락했고, 6월 모의평가(149점)‧9월 모의평가(140점)보다도 떨어졌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학생 수도 지난해 28명에서 올해 371명으로 13배 가까이 늘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게 형성되면 낮아진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145점을 넘으면 불수능, 135점 이하면 물수능이라 부른다.

올해 국어 1등급컷(구분점수)은 126점으로 최고점과 8점 차이가 났다. 1등급 안에 126점부터 134점까지 수험생들이 분포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1등급이 131~149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상위권이 좁게 분포하고 있어 변별력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어가 6‧9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국어의 고난도 문항 내지는 중고난도 문항이 출제 검토위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며 “지난해보다 최고점이 하락했고 평이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입 수학이 당락 좌우할 듯

국어의 변별력이 떨어진 만큼 올해 대입에서는 수학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전년도(147점)보다 2점 하락했다. 하지만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934명으로, 지난해(2702명)의 3분의 1로 줄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보통 표준점수 최고점이 떨어지면 만점자 수는 증가하기 마련인데, 수학 만점자가 줄었다는 건 킬러문항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변별력 있게 작용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난 수능에 비해 국어 최고점이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11점으로 전년도(2점)보다 커졌다. 국어는 쉽고, 수학은 어렵게 출제되면서 이과생들의 교차지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는 134점, 수학은 145점으로 11점이나 차이가 난다”며 “국어에서 만점을 받아도 수학 성적이 더 높은 학생에게 뒤처지고, 이과가 교차지원하면 문과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영어, 변별력 확보…사회탐구 어려웠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90점을 넘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7.83%로 전년도(6.25%)보다 1.58%P 증가했다. 다만 수능 직전에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15.97%가 될 정도로 쉽게 출제돼 수험생들이 체감 난이도는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1등급 비율은 전년도보다 늘었지만, 2‧3등급 인원은 줄었다. 2등급 이내 인원은 지난해 12만4271명에서 11만7894명으로 6377명 감소했고, 3등급 이내 인원도 23만6390명에서 21만4654명으로 2만1736명 줄었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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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영역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사회탐구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과목은 정치와법(74점)이었고, 가장 낮은 과목은 동아시아사(65점)였다. 동아시아사를 선택한 학생은 만점을 받아도 정치와법을 선택한 학생보다 9점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셈이다. 사회탐구는 전반적으로 지난 수능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져 어려운 시험이었다. 지난해에는 9개 과목 중 6개 과목이 만점을 맞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한 과목으로 줄었다.

과학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학Ⅰ이 75점으로 가장 높고, 지구과학Ⅱ가 67점으로 가장 낮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전년도보다 사회탐구 각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대부분 상승했다”며 “사탐이 일정한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정시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성적 통지표는 9일 원서를 접수한 학교나 교육지원청에서 받을 수 있다.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성적증명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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