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16강 갔는데…韓 뜨거울때, 日 분위기 가라앉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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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귀국 행사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축구대표팀. 김성룡 기자

인천국제공항 귀국 행사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축구대표팀. 김성룡 기자

 “더 이상 강팀도 약팀도 없다. (본선에 참가한) 모든 팀들의 수준이 동등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모든 대륙이 16강 진출 팀을 배출했다.”

카타르 도하에 체류 중인 잔니 인판티노(52·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난 7일 FIFA TV를 통해 공개한 카타르월드컵 중간 결산 인터뷰에서 “축구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를 이뤘다”고 선언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결선 토너먼트 단골손님인 유럽과 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북중미, 오세아니아(단, 호주는 편제상 아시아 소속)까지 모든 대륙에서 16강 진출 팀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성공 스토리 주인공이 아시아의 두 강호 한국과 일본이다. E조에 속한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이상 2-1승)했고, H조의 한국도 포르투갈을 제압(2-1승)했다. 두 나라는 16강에서 각각 크로아티아와 브라질에 패해 8강행 문턱에서 멈춰 섰지만,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타르 현지 TV 채널은 두 나라가 모두 탈락한 이후에도 조별리그 및 16강전 경기를 거듭 보여주며 “인상적”이라 칭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축구대표팀을 맞이하는 축구팬들 및 미디어의 뜨거운 열기. 김성룡 기자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축구대표팀을 맞이하는 축구팬들 및 미디어의 뜨거운 열기. 김성룡 기자

나란히 자국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귀국했지만, 두 나라 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안팎으로 뜨겁다. 7일 축구대표팀 귀국길에는 1000여 명의 팬들이 공항 입국장을 메우고 따뜻한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고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임기응변으로 상대의 특징에 대응하느라 급급했던 이전 본선과 달리 ‘우리만의 축구’로 16강에 오른 데 따른 만족감이 상당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귀국 직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며 그동안 우리가 해온 것들과 우리 선수들만 믿었다”면서 “(감독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내 인생과 기억에 한국이 자리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포르투갈전 승리와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환호하는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포르투갈전 승리와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환호하는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안와골절 부상을 딛고 마스크 투혼을 선보인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이번 대회 우리 선수단의 캐치 프레이즈 역할을 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글귀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큰 영향을 줬다”고 언급한 그는 “우리 선수들과 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은 8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과 연결해 반성의 목소리를 앞세우는 분위기다. 공격수 도안 리쓰(24·프라이부르크)는 7일 자국 매체 사커킹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그건 우리가 원한 축구가 아니었다”면서 “강호를 상대로도 공을 점유하며 이겨야 한다. 이제 일본축구는 선수 수준도 잠재력도 훌륭하다. 이상을 향해 나가가도 된다”고 말했다.

7일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일본대표팀 선수들. AFP=연합뉴스

7일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일본대표팀 선수들. AFP=연합뉴스

일본은 유럽의 두 강호를 맞아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점유율 축구를 포기하고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린 채 역습하는 변칙으로 승리했다. 도안의 언급은 ‘과정을 버리고 결과를 취한’ 방식에 대해 선수들이 느낀 아쉬움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계획을 미리 정해두지 않은 모리야스 하지메(54) 감독의 결정을 꼬집었다. 스포니치는 “자율성을 존중해 키커 역할을 자원하도록 한 감독의 방식이 외려 선수들의 부담감을 키웠다”면서 “통상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선수들이 먼저 나서지만, 책임감과 압박감은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크로아티아와의 승부차기에서 1·2·4번 키커가 잇달아 실축해 1-3으로 졌다.

크로아티아와의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와의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16강행에 대만족한 한국이 사령탑 교체를 통한 새 출발을 결정한 반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큰 일본은 기존 모리야스 감독 체제로 재도전에 나선다는 점이다. 닛칸스포츠는 “일본축구협회가 모리야스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야후재팬이 일본 네티즌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모리야스 감독의 지지율은 73%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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