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혜련의 휴먼임팩트

‘친디아’ 경쟁에서 배우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경영학과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경영학과

‘친디아(Chindia)’라는 용어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05년 글로벌 경제를 전망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였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 4국 브릭스(BRICs)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과 인도 두 나라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국(China)의 앞글자와 인도(India)의 뒷글자를 합성해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경제 예측기관들은 두 나라 중 누가 영국이나 독일, 일본 나아가 미국의 적수가 될지를 앞다투어 전망했다. 그 무렵 영어 공용어, 풍부한 IT인재 보유 등으로 국제화한 인도의 우위를 예상한 전문가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지난 10여년간 성적표를 보면 인도는 중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듯했다.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중국 정부에 대한 서방 세계의 우호적 지원, 북미와 유럽에 유학한 고급인재들의 본국 귀환으로 첨단기술과 값싼 노동력의 결합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공산당 체제의 계획경제, 일사불란한 통치에 기초한 신속성과 생산성 극대화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적어도 코로나 발생 직전 무렵까지는 그랬다.

인도는 중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개인의 자유 허용하는 민주정치
중국의 억압적 시스템 한계 보여
우리 사회 이념적 편향 경계해야

휴먼임팩트

휴먼임팩트

강력한 국가 통제로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미국을 위협하는 ‘G2’의 위상을 얻는 듯하던 중국이 최근 들어 쇠락의 징후가 보인다. 계량적 수치로 국력을 자랑했지만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적·사회적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된 중국 젊은이들의 분노가 들끓고 검열에 항의하기 위해 빈 A4용지를 들고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종이 위에 ‘봉쇄를 풀고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지도 못할 만큼 통제받고 감시당하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의 독재 체제에서 진정한 개방과 개혁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꽃필 수 없음은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전 회장의 사례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윈은 2020년 10월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정면 비판한 뒤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지도부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압박과 규제를 강화했고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을 창업한 마윈은 최대 표적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이후 그가 세운 알리바바는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명분을 앞세운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됐다.

‘친디아’ 경쟁이 막 시작되던 무렵인 2006년 미국 CNN은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특집 방송에서 양국의 정치체계를 중심으로 미래를 전망한 바 있다. “민주국가로서 견제와 절충이라는 합리적 틀을 갖춘 인도가 장기적으로는 일방적이고 탄력성이 없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추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러한 견해가 10여 년 세월이 흐른 최근 상황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고전하는 사이 올해 들어 인도의 대약진은 눈부시다.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인도의 주식시장은 7.7%라는 수익률을 보였다. 10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영국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수년 후에는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인도는 건국 시작부터 영국식 의회제(내각제)를 도입했고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로 제도적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빈부 격차와 사회기반 인프라 열세에도 인도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다당제 기반의 인도 공화국이 중국의 일당독재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격려해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이뤄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의 경쟁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치열한 경쟁과 사회적 혼돈 속에서도 시민의 자유와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일련의 사회적 집단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바탕인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 52시간 외에 추가 노동을 원하는 사람들의 자유, 불법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비노조원들의 자유, 특정 이념만을 고집하는 교사단체와 분리할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유 등등.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일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