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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으로 돌아간 유가…“미국,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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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유가가 커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커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가 시행됐지만 이른바 ‘R(Recession·침체)의 공포’가 시장을 짓눌러서다. 여기에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계 거물들까지 잇따라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불안감을 부추겼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EMX)에서 거래되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5% 떨어진 배럴당 74.25달러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23일(73.79달러)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WT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90달러를 넘어섰지만 12월 들어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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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벤치마크(기준점)인 영국 브렌트유도 4.0% 떨어진 79.35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 1월 3일(78.98달러)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역시 3.5% 하락한 77.97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시장에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를 확정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유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여파로 아시아 시장에서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2%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이달에 이어 내년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2연속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거라는 예상과 함께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우려의 목소리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월가(街)의 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촉발하면서)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 역시 “미국 경기가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잇단 침체 경고에 다우지수(-1.03%) 등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아울러 러시아 정부가 예상보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상한제에 맞서기 위해 ‘유가 하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고정 가격을 부여하거나 일정 비율 이상은 할인하지 않는 식이다. ‘상한제에 동참한 국가에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던 강력한 경고에서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도 지켜볼 일이다. 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이뤄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중동 지도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시 주석의 방문 기간인 9일 중국·아랍 정상회의 등을 개최해 중동 전역에서 최소 14명의 아랍 국가 원수를 한자리에 모은다고 전했다. 중국·아랍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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